[2ch] 뒤틀린 집

금산스님 작성일 16.09.29 09: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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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외동딸로 온갖 대접을 받고 자랐었다.

철 모르고 결혼한 아버지와 이혼한 건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나와 나이 어린 남동생, 여동생은 어머니를 따라왔다.

 


외갓집이 지방도시의 명문이었던 덕에,

외갓집에 얹혀 살면 자유롭고 유복하게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외조부모님은 마음대로 돌아온 어머니에게 격노했다.

결국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외조부님에게 절연당했고, 집에서 내쫓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역에서 그리 좋은 평가는 받지 못하던 건설회사 아저씨와 재혼했다.

아저씨는 그야말로 벼락부자로, 취미도 좋지 못한 남자였다.

하지만 부모님에게 절연당하고 애가 셋 딸린 어머니에게는 최고의 남자였겠지.

 


한동안 호텔에서 기거하던 우리는, 어머니의 재혼을 기점으로 아저씨네 집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그 집은 무리하게 증축을 거듭한 듯, 집은 컸지만 일본식 집에 조립식 가옥을 덧댄 느낌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집 자체가 뒤틀려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린나이라 아무 것도 모르던 나와 동생들은 순진하게 집이 크다며 좋아했었다.

우리가 집에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저씨네 아들이자 우리에겐 의붓형이 되는 사람이 집을 나갔다.

 


형은 우리 남매에게는 상냥했기에,

우리는 우리 때문에 형이 집을 떠나는 건가 싶어 무척 미안했다.

 


그 후에도 별 문제 없이, 우리 가족은 그 집에서 살았다.

하지만 내가 중학교 3학년이던 해 여름, 기묘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가족끼리 거실에 앉아 있으면 2층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벽을 "꽝, 꽝"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가..

 


거실 바로 위에 있는 2층 방은 [안에 작업 도구들이 있으니 들어가면 안 된다.] 라고 아저씨가 엄포를 놓았던 곳이었다.

문도 잠겨 있어 누가 들어갈 수 없었기에, 처음에는 그저 [안에 있는 짐이 떨어진건가?] 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아저씨도 쥐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하고 말았기에 그냥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점차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빈도가 늘어났다.

그러다 마침내 아기 울음소리까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저씨에게 물어봐도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않았고, 어머니 역시 아무 말도 없었다.

 


결국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우리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자기 방에서 각자 식사를 가져다 먹게 되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어떻게든 2 지망이던 고등학교에 합격했고, 중학교 마지막 봄방학을 맞았다.

방학이라 혼자 집에 남아 있는데, 갑자기 집을 나갔던 형이 돌아왔다.

 


[가져갈 물건이 있어서 말야.]

나는 형에게 반년 전부터 들려오던 이상한 소리에 관해 이야기했다.

형은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잠깐 기다려 봐.]

그리고는 거실 선반에서 처음 보는 열쇠를 꺼냈다.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 돼.]

그리고 형은 나를 데리고, 2층의 들어가면 안 되는 방 앞으로 갔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간다.

 


나는 분명 부적투성이인 무서운 방일 거라 상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극히 평범한 일본식 방이었다.

 


다만 맹장지 너머 부적이 한 장씩 붙여져 있었고, 불단 위에 인형이 엄청나게 올려져 있었다.

아마 서른에서 쉰개 사이였을까.

나는 형에게, [누구 불단이야?] 라고 물었다.

 


[내 누나라는 것 같아.]

[라는 것 같다니?]

[태어나고 몇 달 지나지 않아 죽었대.]

형의 이야기는 이랬다.

 


아저씨는 첫 아이였던 딸이 죽은 것에 낙심해, 첫 부인을 무척 나무라고 괴롭혔다고 한다.

그로부터 2년 후, 형이 태어났지만 딸을 원했던 아저씨는 더욱 부인을 못 살게 굴었다는 것이다.

 


어떤 괴롭힘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부인은 그걸 견디지 못해 2층 방에서 나오질 않게 되었다고 한다.

 


집안일은 하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혼자 방에 가만히 들어앉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저씨의 폭력과 폭언은 더욱 도를 더해갔다고 한다.

 


형은 아무도 자신에게 신경 쓰지 않는 사이,

눈앞에서 아수라장을 펼치는 부모를 남의 일처럼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지만, 형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해 부인은 그 방에서 죽었다.

자살한 흔적도 없었고, 단지 그 자리에 누워서 죽어 있었다고 형은 말했다.

경찰에 의하면 사인은 심근경색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 나 스스로도 오싹함을 느꼈다.

그런 아저씨와 결혼한 어머니가 한심하게 느껴지며, 이런 집에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으니.

 


하지만 그보다 궁금한 것은, 왜 아저씨가 이 집에 아직도 살고 있는지였다.

그래서 나는 형에게 물었다.

 


[왜 아저씨는 그런데도 이 집에서 계속 사는거야?]

[여기에서 멀어지면 어머니가 나온다더라. 귀신이 되서.]

부인의 장례식을 마치고, 아저씨는 휴양을 겸해 친가에 갔었다고 한다.

하지만 매일 밤, 죽은 부인이 움직이지 않는 아이를 안고 아저씨에게 달라붙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한밤 중 몇번이고 잠을 설치며 괴로워하는 아저씨를 보고,

친척들은 지쳐있는 것 같다며 동정만 할 뿐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었다.

 


아저씨는 형에게 몇번이고 너한테도 보이지 않느냐며 물었다지만,

형에게는 영 보이질 않았기에 그냥 애매하게 맞장구만 쳤다고 한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니 그 꿈도 꾸지 않게 되었고, 아저씨도 점점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아저씨가 부인의 납골당 안치를 마치고 어딘가에 갔다고 한다.

 


[오늘 밤은 안 들어올거다.]

하지만 형이 새벽에 잠이 깨서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더니, 아저씨가 얼굴이 새하얘져서 뛰어 들어왔다고 한다.

그리고는 불단에 뛰어가 염불을 외웠다나.

 


형은 "아, 또 어머니가 나왔구나.." 싶었다고 한다.

그 뿐 아니라, 형이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2층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끝내는 아기 울음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집 밖에서 자면 악몽에 시달리고,

집 안에서는 원인불명의 소리에 시달리던 끝에 아저씨는 영능력자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아직 어릴 적이라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버지도 꽤 돈을 쏟아부었던 거 같아.

 효과가 없으면 다른 영능력자를 찾아가고, 그런 게 1년 정도 이어졌었지.]

그 무렵부터 형은 집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아, 약간 삐뚤어져 밖으로만 나돌았었다고 한다.

그러던 사이 아저씨는 어느 영매사에게 방법을 알아냈다고 한다.

 


불제를 올려 영혼의 화를 억누르고,

집을 증축해 침실을 불단에서 최대한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결국 어떻게든 불단에서 떨어지는 걸 목적으로 증축을 거듭한 결과,

지금처럼 크기만 크고 뒤틀린 형태의 집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럼 공양도 했으니 된 거 아냐? 소리는 왜 아직도 들리는거야?]

나는 형에게 물었다.

 


[뭐, 불제를 올린지도 한참 지났고 아마 효과가 끝난거겠지.]

형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어쨌든 이런 집에 있어봐야 좋을 거 하나 없어. 오래 있으면 혹시 안 좋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너도 고등학교 졸업하면 집에서 나가라. 대학을 가던 취직을 하던 아무튼 다른 데 나가서 살아.]

형은 마지막으로 내게 당부하고 문을 잠궜다.

 


[네 동생들한테는.. 네가 알아서 해. 이야기를 해주던 말던. 아직 둘 다 어리니까 시기를 잘 봐서 얘기해 주렴.]

그리고 형이 돌아간 후부터 낯선 사람들이 집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아마 영매사였을 거라 생각한다.

 


그 무렵부터 집안에는 이상한 향 냄새가 감돌고,

뜻모를 염불 같은 게 계속 흘러나와 옆집에서는 매일같이 불만을 제기해 올 정도였다.

 


내 고등학교 입학식에는 어머니도, 아저씨도 오지 않았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자기 방에서만 지내는 나날이 이어졌다.

 


여름 무렵, 이상한 소리는 사라졌다.

영매사 중 누군가 성공했나 싶었지만, 그 후에도 거실에 나와 있는 가족은 아무도 없었다.

 


그 후, 고등학교 3학년 때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게 된 나는 신문사 장학생을 신청했다.

어머니와 아저씨랑은 인연을 끊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도중, 2월 막바지 들어 다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이제는 집안에서..

 


나는 말하려면 지금밖에 없다는 생각에,

졸업식 다음날 동생들에게 형한테 들은 이야기를 해줬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날 밤, 아저씨와 어머니에게 잔뜩 야단을 맞았다.

 


그 무렵 형과는 연락이 끊겼던 터라 솔직히 형에게 들은 이야기라고 고백했다.

더불어 아저씨가 어머니에게는 비밀로 했던 전처에 대한 폭력과, 대학에 가면 이 집을 나갈 생각이라는 것까지..

 


어머니는 전처가 가정폭력을 당했던 건 몰랐던지 무척 당황해했지만,

어떻게든 나는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대로 집을 나와 친구네 집에서 숙박하다, 장학생에 선발되자 도쿄로 상경했다.

그 후 어머니는 외조부모님에게 사과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한다.

이혼신고서만 던져놓고 집으로 돌아와 가업을 돕고 있다나.

 


두 동생들은 어머니를 따라 외갓집에서 살고 있다.

다만 아저씨는 어머니가 던져놓은 이혼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남동생이 뒷처리하느라 땀 좀 뺐다고 한다.

 


나는 대학에 들어갈 무렵 선배에게 도움을 받아 아저씨네 호적에서 나왔고,

지금은 친아버지 성을 따라 평범히 살고 있다.

 


이제 와서 새삼 이 이야기를 늘어놓게 된 건 외할아버지가 얼마 전 돌아가셔서 장례식에 참석하러 갔다가,

아저씨가 그 집 불단에서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서다.

 


우리 가족은 그 집에서 도망갔으니 모르지만..

과연 아저씨는 혼자 남겨진 후, 그 집에서 어떻게 살고 있었던 걸까..

 


출처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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