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지국에 근무하는 분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신문사에는 종종 이상한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그 사건의 범인이 사실 접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요.
이제 와서 [3억엔 사건의 범인은 나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벌써 범인이 체포된 사건의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마저 있답니다.
잡혀 들어간 사람은 누명을 쓴 거고,
진범은 자신이라면서 말이죠.
그날 역시 사람을 죽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찾아왔었답니다.
토막 살인을 저질러, 사체를 목욕탕에서 절단해 공원 쓰레기통에 여기저기 흩뿌렸다던가..
그런 이야기를 늘어놨답니다.
다만 그 지역신문이 관할하는 건 시골 현이었기에, 그런 사건은 단 한번도 없었던 터입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도쿄에서 있었던 일인 듯 했습니다.
[왜 이런 시골 신문사까지 와서 고백할 생각을 하신건데요?]
그렇게 묻자, 범인이라고 자칭한 사람은 이렇게 대답하더랍니다.
[도시에는 "감시의 눈"이 있으니까 안돼.]
기자양반은 아, 역시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구나 싶어 서둘러 이야기를 끝맺으려 했답니다.
그래서 대충 질문을 퍼부어 빨리 돌려보낼 생각이었다는군요.
[왜 죽였습니까?]
[죽어 마땅한 인간이었으니까.]
[그게 무슨 뜻입니까?]
[그건 못 말해주지.]
[왜 시체를 토막낸 겁니까?]
[아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본보기 같은 거다.]
[아는 사람은 또 누군데요?]
[그것도 못 말해줘.]
이런 식으로 뭐 제대로 말해주는 것도 없는데다
캐물으면 못 말해준다고 둘러댈 뿐이었답니다.
게다가 [왜 자수는 안 하는데요?] 라고 묻자,
[경찰이 의미가 있을 거 같나?] 라며 비웃을 뿐이었답니다.
지겨워진 기자는
[그럼 왜 여기 와서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겁니까?] 라고 물었답니다.
그러자 남자는 조금 침묵하더니,
[적어도 누가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했어.] 라고 진지하게 말하더라는 겁니다.
그쯤 되니 남자도 자기 이야기를 대충 듣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바쁜 때 시간을 뺏어서 미안하게 됐네..] 라고 말하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기자도 그냥 좀 이상한 사람으로만 생각하고 넘어 갔답니다.
기사를 쓰기에는 애시당초에 말해준 게 애매모호해서 뭘 쓸 건덕지도 없었고요.
그런데 일주일 후,
그 기자는 범인이라며 찾아왔던 남자와 예기치 못한 형태로 재회하게 되었습니다.
신원불명의 익사체가 떠올랐다는 제보가 와서 취재를 나갔더니,
그 남자가 시체가 되어 거기 있었던 겁니다.
기자를 찾아왔던 날과 완전히 똑같은 복장이었습니다.
이후 경찰이 조사에 나섰지만, 신원을 알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고,
행방불명자 명단에도 일치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신원미상의 인물이 실족해 강에 떨어져 죽었다는 걸로 그 사건은 처리되었다고 합니다.
그 기자는 이 이야기를 내게 해주며 이렇게 말했었습니다.
[지금도 그 익사사고는 우연일 거라고, 스스로 99% 정도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감시의 눈"이라는 게 진짜 있는 것이고, 우리가 모르는 어두운 사회가 존재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니..
도저히 경찰한테 "그 남자가 일주일 전 우리 회사에 왔었어요." 라고 말할 수가 없더라구요.]
나도 이 이야기를 듣고, 정말 무슨 음모가 배후에 있는 건 아닐까 싶어 왠지 모르게 등골이 오싹하더군요.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