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살 무렵,
집 바로 근처에서 모르는 할머니가 말을 걸었다.
[사유리짱! 많이 컸구나.]
내 이름은 사유리가 아니다.
나는 [아니에요.] 라고 대답하고 할머니에게서 멀어져갔다.
그리고 중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잊을만하면 모르는 할머니가 내게 [사유리짱.] 이라고 말을 걸어오곤 했다.
사회인이 되어,
나는 도쿄에 상경했다.
도쿄 생활에 익숙해지기 시작할 무렵,
아파트 근처에서 모르는 할머니가 덥썩 내 손을 잡았다.
[사유리짱! 많이 컸구나!]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라, 나는 소름이 끼쳤다.
[죄송합니다. 사람을 잘못 보신 거 같은데요.]
그렇게 대답했지만, 할머니는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유리짱이잖아. 그치만 당신, 사유리짱이지?]
[착각입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치고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상냥한 듯한 할머니였기에,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유리짱"이라 불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그로부터 2년 후, 나는 도쿄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살며, 일을 마치고 돌아와 쉬고 있을 무렵이었다.
휴대폰에 처음 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시외전화 국번이었다.
잘못 걸린 전화일 거라 생각하며,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다.
[사유리짱, 할머니야! 이번에 꼭 놀러오렴. 사유리짱, 그 때 엄마한테..]
나는 소름이 끼쳐 [전화 잘못 거셨어요!] 라고 소리치고 전화를 끊었다.
그 이후로 최근 몇 년 간 누가 나를 "사유리짱"이라고 부른 적은 없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누군가에겐 "사유리짱"이겠지.
말을 걸었던 건 매번 다른 할머니들이었다.
내겐 희미하면서도 너무나 무서워, 지금도 종종 소름이 끼치는 이야기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