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정말 있어서도안되고 일어나지 말았어야할 일이다. 억지로 잊으려고 애초부터 없던일처럼 생각하고 살았지만, 때마침 입대한지 정확히 10년이 되자 그날의 기억들이 다시금 살아나 이렇게 글이라도 써보려고 한다. 때는 2007년 겨울, 나는 갓 상병으로 진급한 상태였고, 군번이 많이풀린터라 분대장을 맡게 되었다. 수색이었던 우리 대대는 GOP근무가 없는 기간엔 해안초소로 경계근무를 나갔었는데, 2인 1조로 사수와 부사수 이렇게 구성이 되어 초소에서 한시간 반정도 근무를 했다. 사단 내에서 꽤 힘든 대대로 꼽혔던 수색대대는 신병교육대대에서 차출이 아닌 100% 지원을 받아 배치를 시켰기 때문에, 부적응자나 관심병사가 타 부대에 비해 거의 없었고, 약간의 폭력만 빼면 정말 괜찮고 매력있는 부대였고, 대대원들간의 화합이나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하지만, 어디나 그렇듯 정말 심각할 정도의 관심병사가 한명이 있었고, 나의 입대 동기가 그 관심병사의 사수였었다. 이제부터 이 관심병사를 A라 칭하겠다. 어느정도였냐면 이등병때부터 전화기를 놓질않았다. 공중전화로 전화를 하면 1시간이 넘도록 끊지를 않았고, 화장실에서 일을보면서 담배도 피우는 A 중대의 중대장이 이등병들에게 폭언욕설과 폭력을 저지르면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그 선임에게 징계 또는 영창을 보내는식의 강력한 조취를 취했기 때문에 더 심각해진 경향이 크다. 문제는 A가 군대에 입대하기전 사회에서 많은 잘못과 문제를 일으켜 이를 도피하기 위해 군대에 입대한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전화내용을 얼핏 들은 병사들이 A가 방화사건에 휘말렸다거나, 성폭행, 절도 같은것들에 연관이 되어있다는 소문도 돌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내 중대도 아니었을뿐더러, 입대동기의 부사수이긴 하지만 "쓰레기" 라 판단이 되었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면서 살았고, A때문에 여기저기거 혼나고 나에게와 씨발씨발 거리는 동기를 토닥이는 정도였지 A에 대해서 깊이 알려고 하지는 않았다.
잠시 동기를 소개하자면,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다니다가 군대에 입대하였고 ROTC로 입대를 하려다가 집안의 만류로 그렇게 하지못한 케이스였고, 본인의 꿈이 원래 군인이었터라 마인드도 괜찮았고 피지컬도 너무좋은 그야말로 A급 병사였다.
본론으로 돌아와 처음에 말한 사건에대해 본격적으로 이어나가도록 하겠다. 아직도 잊혀지지않는 2007년 12월 23일 03시 37분... 나는 그당시 당직병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지휘통제실에서 당직사령과 부사관이 한창 졸고있고 나는 몰래 TV를 시청중이었다. 너무도 조용한 그때 탕! 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고, 졸고있던 부사관은 놀래서 눈을 뜨더니 "야 이거 총소리아냐?" 라며 나에게 물었고 "알아보겠습니다" 라고 대답후 근처 초소에 무슨일이 난건지 혹시 오발사건인지, 아님 실제상황인지 확인 후 보고하라고 통보를 하던중 또다시 탕!!........탕!!...........탕!! 하는 격발소리가 울렸고 각 총성 사이에 시간은 5초에서 10초정도로 불규칙했다. 어느새 자고있던 당직사령도 일어나 당직부사관에게 보고를 받고 심각한 표정으로 한발도 아니고 4발이면 오발사건은 아니니 빨리 나와 당직부사관이 직접 가서 확인하고 오라는 지시를 받았고, 즉시 실탄이 장전된 개인 화기를 가지고 근방 초소와 무전을 하며 사건현장으로 나갔다. 대략 무전내용은 이러했다 7-5초소에서 소리가 난것이 확실하고 지금 그 초소에는 무전을 받지 않는다. 7-4초소와 7-6초소 에서 확인하러 가는 중이고 첫발은 실탄격발 소리이고 나머지 세발은 공포탄 소리같다라는 무전. 두번째 받은 무전은 해수욕장 취객이 군사지역으로 무단 출입하여 난동을 부리다가 실탄은 오발로 격발된것이고 나머지 공포탄으로 위협사격을 가했을 가능성이 크다는것. 그렇게 위안을 삼으며 발걸음을 옮기던중 절망적인 무전한통이 7-6초소 근무자로부터 전해져왔다. "실제상황입니다.빨리오셔야할것같습니다. 사망사건입니다. 빨리오셔야합니다." 무전은 침착했지만 사망사건이라고했다. 7-5초소 근무자가 누구인지 기억을 더듬었지만 기억은 나지않았다. 7-5초소로 도착했을때, 순간 여태껏 살면서 처음보는 잔인한 장면을 보았고 이루말할수 없는 슬픔과 공포 화가 동시에 밀려왔다. 정말 처음격는 기분이었다. 내 동기가 목이 거의 몸에서 분리가되어 달랑달랑 매달려있는 상태로 죽어있었다. 그렇게 많은 피와, 냄새도 처음이었다. 초소 안 사방에 피가튀고 흐르고있었고, 지옥이있다면 여기가 지옥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A는 그 옆에 쓰러져있었다. 입에서 엄청난 피가 흐르고있었지만 숨은 쉬고있었다. 당직부사관은 바로 당직사령에게 전화를 했고 부상을 입은 A병사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만지지도 건드리지도 말라는 지시와 함께 10분후에 사단의무대에서 구급차가 왔고 뒤이어 헌병대와 중대장, 대대장이 도착했고 나는 현장에서 헌병수사대와 잠깐의 조사와 진술을 마치고 당직부사관과 함께 복귀를 하였다. "너 동기아니냐?... 씨발 하.......이게 뭔일이냐" 당직부사관은 줄담배를 피우며 나에게 말을 건냈지만 "네" 라는 짧은 대답을 뒤로한채 솔직히 동기가 죽어서 슬픈 기분보다 그 끔찍한 광경과 사건이 믿겨지지가 않아 멍해져 있기만 했다. 몇시간이 흐르고 당직사령과 중대장, 대대장이 헌병대장과 복귀했고, 그날아침 사단장까지 지통실로 와서 회의를 했다. 사병이었던 나는 그 회의에 참석하지않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이후 결론을 당직부사관을 통해 들을수 있었다. "자살", "자살미수" 동기는 그자리에서 사망하였고, A는 공포탄으로 인한 구강내 화상 및 찰과상이 전부였다. 처음 격발소리는 실탄이 맞고 그걸 동기가 자신의 목을향해 격발한것이고 평소 관심병사였던 A는 실탄지급을 하지않고 공포탄만 지급하여, 본인이 자살시도를 하려다가 죽지 않자 연거푸 총구를 입에 문채 공포탄을 격발했다라는 것이다. 이는 현재 부상중인 A의 진술을 토대로 한것이며 총기에서는 장갑을 착용했기에 맨처음 총기를 지급한 당직부사관 지문 외에 어떠한 지문도 나오지 않았고 그때당시 목격자도 전무했기에 조금더 조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90%는 자살사건으로 단정을 지은듯 하였다. 정말 말도안되는 결론이었다. 자살? 내동기는 정말 그런일을 할 사람이 아니고 그날도 오후에 여자친구와 가족에게 곧 휴가를 나가니 기다리라는 전화를 했던것도 알고있다. 그런데 자살이라니 정말 말도안되는 소리를 듣고 격분하여 당직부사관에게 따졌다. "사단에서도 문제를 크게 만들지 않으려고 하는것같다. 알잖아 사단장님 조금있으면 진급심사다. 뭔지알지?" 개인의 진급때문에 멀쩡했던 사람을 자살로? 그것도 관심병사의 진술 하나만으로 그렇게 쉽게 내릴수 있는 결론인건가? 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고. 그때 처음으로 군대에와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사건발생후 16시간이 지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헌병대수사대에서 타살일 가능성이 크다라는 의견을 내놓았고 사단 밖의 일반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의무대로 복귀한 A병사는 헌병대로 구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