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들 중, 모두 싫어해 고독하게 지내던 A씨라는 분이 계셨다.
나는 중학생 시절, 그 A씨가 좋아 자주 그 댁에 놀러갔었다.
그 A씨가 어느날 들려준 어린 시절 이야기다.
시골 학교는 교재비나 설비비 때문에
메뚜기를 잡아 조려 팔곤 했다고 한다.
메뚜기는 학생들한테 잡아오게 시켰는데,
A씨는 꽤 둔한 편이라, 기한이 다 되도록 할당량을 채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그 정도면 됐다고 허락해줬다.
하지만 A씨의 아버지는 그럼에도
[학교에 들 낯이 없잖아! 당장 나가서 더 잡아와!] 라고 A씨를 집에서 끌어냈다고 한다.
불쌍하게도 A씨는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어두운 논에서 메뚜기를 잡게 되었다.
그러고 있는데, 저 멀리 빛이 뿌옇게 비치더란다.
하지만 불빛이 보이는 곳은 논투성이인데다,
그 뒤는 숲이라 인적이 없는 곳이었다.
이상하다 싶어 그쪽을 바라보니,
무언가가 불타고 있는 듯 했다.
상당히 큰 불이라,
처음에는 누군가 모닥불을 피우고 있는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불꽃 색깔이 조금 이상했다.
빨갛다고 초록색으로 변하고, 그게 다시 빨갛게 돌아간다.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무섭지는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아름답다는 생각에, 계속 바라봤다고 한다.
계속 보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불빛이 느껴졌다.
A씨의 어머니가 A씨를 찾아온 것이었다.
A씨 어머니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언제까지 메뚜기나 잡고 있는거야!] 라고 A씨에게 소리쳤다.
[그게..] 하고 A씨는 불빛을 가리켰다.
하지만 A씨 어머니는 [그냥 모닥불이잖아.] 라고 말할 뿐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밤 9시가 지난 터였다.
집에서 쫓겨낸 게 저녁 7시였고, 불을 발견한 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새 2시간이 훌쩍 지나갔던 것이었다.
다음날 아침, 불빛이 올라왔던 곳에는 사람들이 잔뜩 몰려있었다.
경찰도 있었고..
뭐, 이쯤 되면 뭐가 불타고 있었는지는 다들 알겠지.
거기 있던 건 새까맣게 타버린 사람 시체였다.
이야기를 듣고, 나는 [기분 나쁘네.] 라고 말했다.
A씨는 [그래도 아름다웠어.] 라고 대답했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