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는 사람들이 결코 발도 들이려 하지 않는 동굴이 있었다.
중학생 때, 나는 친구와 함께 거길 탐험하러 갔었다.
그 동굴은 산속에 있는데다 입구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어,
들어가는 것 자체가 힘든 곳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철조망에 난 구멍을 찾아,
거길 통해 동굴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동굴 안은 상당히 넓었지만,
안쪽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가 않았다.
회중전등을 켜서 안을 살펴보는데,
바닥에 있는 무언가가 불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다가가 잘 살펴보니, 손바닥에 올라탈 정도 크기의 털뭉치였다.
나는 당시 학교에서 유행하듯 돌던 이야기에 나오는 케사랑파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우와, 케사랑파사랑이다.]
[진짜야?]
나랑 친구는 잔뜩 들떠 떠들었다.
손에 올려보니 단순한 털뭉치치고는 좀 무거웠다.
이상하다 싶어, 나는 털을 헤쳐보았다.
갑자기 털 안에서 사람 눈알이 튀어나왔다.
[으아아아악!]
나는 소리를 지르며 그걸 동굴 벽에 내던졌다.
그러자 동굴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하..]
[아하하하하..]
[아하하하하..]
수많은 아이들이 웃고 있었다.
게다가 웃음소리는 점점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무서워진 우리는 서둘러 동굴을 빠져나와 철조망 구멍으로 나왔다.
도망치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수많은 아이들이 철조망에 달라붙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철조망 구멍으로 나와서 쫓아오지 않는건가 싶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무서웠다.
벌써 수십년전 일이지만,
나도 친구도 아직 이 일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지금 그 동굴은 절에서 입구를 둘러싸듯 나무로 당을 세우고,
관음보살을 모셔 '암혈 관음당'으로 만들어놨다.
종종 타지에서 젊은이들이 참배하러도 오는 것 같고.
하지만 나와 친구는 여지껏 한번도 참배하러 간 적이 없고, 앞으로도 안 갈 생각이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