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친구들과 셋이서 술을 마시며 밤을 지새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시간은 새벽 4시 10분.
슬슬 잘까 싶었는데,
갑자기 친구 한 놈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입을 열었다.
[아침해를 보러가자!]
나는 [자고 싶어..] 라고 대답했지만, 다른 한 놈마저 [가볼까?] 라고 덩달아 신을 냈다.
결국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낭떠러지 절벽 위,
등대가 보이는 언덕을 향해 차를 타고 가게 되었다.
졸려서 왔다갔다 하는 정신으로 멍하니 있자니,
서서히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5시가 되어,
곧 해가 뜨려니 할 즈음이었다.
친구 중 한 놈이 [야, 저기 누가 있는데?] 라고 말했다.
뭔소린가 싶어 나는 친구가 가리킨 방향을 보고 깜짝 놀랐다.
등대 아래, 낭떠러지 절벽을 사람이 기어오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암벽등반인가 싶었지만, 이런 꼭두새벽에 그런 사람이 있을리가 없다.
나와 친구들은 아무 말 없이 그저 그 이상한 광경을 바라봤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이상한 점을 또 눈치채고 말았다.
처음에는 한 명이 오르고 있었는데,
어느새 수가 대여섯이었다.
그 뿐 아니라 절벽을 기어오르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바다 속에서 올라오고 있는 것이었다.
수면 아래서 얼굴이 불쑥 튀어나오고는,
그대로 벼랑을 오른다.
조금 멀어서 얼굴은 보이질 않았지만,
모두 평범한 옷이었고 남자와 여자가 섞여 있었다.
[왠지 위험한 거 같아.. 도망치자.]
한 친구가 말했다.
다들 거기 머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기에,
우리는 바로 차에 올라타 그곳에서 떠났다.
그 후로도 두 번, 그 등대 근처에 갔었지만,
그 때말고는 그런 이상한 광경을 본 적이 없다.
그 지역에서는 자살 명소로 유명한 곳이기는 하지만,
내가 그날 본 게 무엇이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다만 그 낭떠러지 절벽을, 바다에서 기어나온 사람이 맨손으로 오르는 기묘한 광경은
지금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