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할아버지의 고향은 어촌이었는데,
그 앞바다에는 전쟁 도중 침몰한 잠수함이 있다는 소문이 떠돌곤 했습니다.
그렇게 깊은 바다는 아니라 잠수해서 확인해보니,
분명히 잠수함이 거의 완전한 형태로 가라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종전 직후였기에,
곧 GHQ에서 조사단이 나와 확인을 하고, 며칠 있다 돌아갔습니다.
할아버지네 댁은 시골에서 가장 큰 집이었기에,
조사 나온 미군들이 묵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언뜻 통역을 맡은 일본계 군인한테
이런 말을 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잠수함 안에서 뭔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던데..]
돈쓰 쓰쓰쓰돈쓰 쓰돈쓰쓰 돈쓰돈쓰쓰..
모스 부호였습니다.
미군들은 곧장 일본 해군 모스 부호를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타:-?, 스:---?-, 케:-?--, 테:?-?-- (たすけて, 살려줘)
미군은 전쟁 도중 이미 일본군 암호를 죄다 해독하고 있었기에,
작전 명령마저 전부 파악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일본어와 모스 부호를 알고 있는 정보 담당 군인도 많았겠죠.
침몰 잠수함을 조사하러 왔던 미군 병사들은 잠수복까지 있고
본격적인 장비는 다 갖추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군들은 물에 들어가보지도 않고 그대로 철수했었노라고,
할아버지는 내게 이야기했습니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