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다.
옛날, 뱀이 이상하리만치 많아 뱀산이라 불리던 산이 있었다 한다.
산에 사람이 들어서면 독사에 물리는 사고도 빈번했고.
어느날 뱀산에 들어간 한 사냥꾼이 무서운 신음소리를 들었다.
소리를 따라 산 깊이 들어가보니, 수풀 속에 커다란 백사의 시체가 있었다.
머리를 뜯어먹혀 숨이 끊어진 듯 했다.
뱀의 몸에는 온통 큰 매의 발톱 자국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사냥꾼은 산에서 도망쳤다.
마을에 내려와 이야기를 꺼내자, 마을 노인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산의 주인이 바뀌었구나. 이제 뱀도 줄어들게야.]
그날 중으로 이전 주인이었던 큰 뱀에 대한 공양 의식과,
새로운 주인인 큰 매를 맞이하는 의식이 마을에서 거행되었다고 한다.
그 후 산에서는 뱀이 자취를 감췄지만,
그 대신 새가 잔뜩 늘어났다고 한다.
[그 산은 자주 주인이 바뀐다고 하더라. 백사 전에는 멧돼지, 그리고 그 전에는 승냥이가 있었다더라.]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 이야기를 매듭지었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