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이었던 증조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다.
증조할아버지는 산 속 한적한 마을에서 태어났다.
고조할아버지 역시 사냥꾼이었다.
증조할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고조할아버지와 함께 산을 누비며 살아왔다.
증조할아버지네 마을에는 겐조라는 사냥꾼이 있었다.
겐조는 사냥꾼인데도 불구하고 사냥감을 함부로 가지고 돌아가질 않는 사내였다.
이상한 사람이었지만 어쨌거나 밝은 사람이었다.
황소고집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어두운 사람도 아니었기에,
마을 여자들한테 특히 인기가 좋았단다.
젊은 남자들이나 사냥꾼들 사이에서는 좀 얕보였지만 말이다.
증조할아버지도 딱히 겐조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유독 고조할아버지는 겐조를 아끼셨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에서 다섯살 난 사내아이가 사라졌다.
그 당시만 해도 카미카쿠시는 흔한 일이었다고 한다.
사내아이가 산 입구에서 사라졌다기에
사람들은 다들 [카미카쿠시로군.] 하고 수군댔다고 한다.
카미카쿠시가 일어나면 마을 사람들이 다 산으로 달려가 소리를 친다.
[돌려다오, 돌려줘!] 라고 외치며 산신에게 항의하는 것이다.
그때 역시 마을 사람들은 산에 들어가
[돌려다오, 돌려줘!] 라고 소리치며 빙빙 돌았다고 한다.
사냥꾼들은 보통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할 깊은 산속까지 들어가 수색을 한다.
당시 14살이었던 증조할아버지도 수색에 참여했다.
하지만 사내아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수색 사흘 째, 마을 사람들은 그날을 마지막으로 수색을 마칠 예정이었다.
다들 생업이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사냥꾼들도 마찬가지였다.
계절은 늦은 가을이라 밤에는 온도가 뚝 떨어진다.
동면을 앞두고 있어 산짐승들도 여기저기서 돌아다닌다.
더 이상 수색해봐야 이미 발견할 가능성도 적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 다음날, 아이의 부모님만 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며
증조할아버지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증조할아버지의 누나도 10여년 전에 카미카쿠시당했기 때문이었다.
마을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하던 고조할아버지가
반 년에 걸쳐 산을 샅샅이 뒤졌지만 누나가 입었던 옷 한 조각 찾아내질 못했단다.
그날 고조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는 영양 한마리를 잡아왔다.
돌아오던 도중 암반에서 안개가 자욱해져, 앞도 안 보일 정도였다고 한다.
거기서 증조할아버지는 아이 울음소리를 들었다.
[사라진 사내아이가 아닐까요?]
하지만 고조할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
[저건 10년 전부터 들리던 게다. 안개가 끼면 꼭 울음소리가 들려.]
그렇게 말한 고조할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울음소리는 사라진 누나의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거겠지.
증조할아버지는 그저 누나의 영혼에게 묵념할 뿐이었다.
영양을 가지고 돌아와, 증조할아버지와 고조할아버지는 잠을 청했다.
이른 아침 눈을 뜬 증조할아버지는 별 생각 없이 뜰로 나왔다.
증조할아버지의 집은 뒷마당이 산과 연결되어 있어, 그날도 산을 바라보았단다.
그러자 남자 한 명이 서서히 혼자 산을 내려오고 있더란다.
아무래도 며칠 전부터 산에 나가있던 겐조 같았다.
겐조는 무척 서투르게 자장가를 부르며 내려온다.
자세히 보니 등에 누군가 업혀 있다.
증조할아버지는 황급히 겐조에게 달려갔다.
겐조 등에 업혀있던 것은 카미카쿠시 당했던 사내아이였다.
사내아이는 푹 자고 있고, 어디 다친 곳도 없는 듯 했다.
[어디서 찾은거야?]
증조할아버지가 묻자, 겐조는 곤란하다는 듯한 얼굴로 대답했다.
겐조는 영양을 쫓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안개 끼는 암반에서 며칠이고 노숙하며 영양을 기다렸다.
어떻게 겨우 한 마리 잡고 신이 나서 돌아오는데,
도중에 미끄러져 벼랑으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여기까지인가 싶었지만 눈을 떠보니 딱히 다친 곳은 없었다.
운이 좋았다 싶어 돌아갈 길을 찾았는데, 안개가 자욱하게 끼더란다.
그리고는 울음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겐조는 왜 이런 깊은 산 속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는지 놀라, 몇 번 말을 걸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돌아다니려 해도 안개 때문에 앞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자장가를 불러보았다.
마을에서 다들 부르던 자장가를..
그러자 울음소리가 그쳤다.
잠시 뒤, 안개 속에서 한 소녀가 나타나 겐조에게 다가왔다.
[동생이 다쳤어.]
소녀는 그렇게 말하고 겐조의 소매를 잡아 끌었다.
따라가보니 낙엽이 쌓인 바위 그늘에 사내아이가 자고 있더란다.
사내아이를 업고 돌아가려고 하니, 소녀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자욱하던 안개도 개었고.
소녀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아, 어쩔 수 없이 갈림길로 내려왔다.
도중에 여자아이가 나무 뒤에서 지켜보고 있기에 쫓아가봤지만, 역시 없었다.
그리하여 여자아이가 산신이라도 되는 것이라 믿고, 아이를 마을로 데려온 것이었다.
겐조는 그렇게 말하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증조할아버지는 울었다.
분명 그건 누나였을테니까..
울음소리를 들었기에 알 수 있었다.
그러자 겐조는 [그러고보니 눈매가 너와 닮았구나.] 라고 말했다.
[울지마. 그 아이, 마지막에는 웃고 있었으니까.]
그러면서 서툴게 증조할아버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더란다.
증조할아버지는 그 날부터 겐조가 좋아졌다고 한다.
겐조는 이상하게 사냥에 성공하는 날이 늘어났다.
이유를 묻자 좀 거북하다는 듯, [사냥감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된 거 같아.]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수 년 사이, 겐조는 마을 주변에서 이름난 사냥꾼이 되었다.
고조할아버지는 언제나 웃음 지으며 그런 겐조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더욱이 겐조는 그후에도 카미카쿠시 당한 사람을 셋이나 더 찾아냈다.
매번 그 소녀가 알려주더라고, 겐조는 말했단다.
그런 겐조 역시 어느 눈 내리는 밤,
홱 산에 들어가더니 두번 다시 돌아오질 않았다.
수색하러 나섰던 증조할아버지는, 그 암반에서 몹시 서투른 자장가를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소리를 치고 이름을 불러도 겐조는 대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