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임상병리사로 일하던 무렵 이야기다.
당직을 서던 밤, 응급환자가 들어왔다.
응급실에 들어가니,
마침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다.
들것에 실려 구급차에서 내린 것은, 새까만 시체였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구급대원의 말에 따르면,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라고 했다.
차에 불이 붙었는데, 빠져나오지 못하고 안에 갇혀있다 구조된 환자였다.
50대 남성이었다.
일단 살아는 있었지만, 온몸에 심각한 화상을 입어 새까맸다.
살점이 타들어 간 냄새가 자욱해 토할 것만 같았다.
전혀 움직이지도 않는다.
사망이 확정되는 건 시간문제겠지..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대단하네요. 아직 심장은 뛰고 있어요. 뭐.. 살아남긴 힘들겠지만요.]
구급대원은 말했다.
의사도 [아.. 이건 엄청나구만..] 하고 말할 뿐,
치료할 생각도 없는 듯했다.
[너무해...]
간호사도 벌벌 떨고 있었다.
나는 일단 검사를 할 준비에 들어갔다.
기계가 있는 방에 들어가 준비를 하고 있자, 곧 새까맣게 탄 환자가 옮겨져 왔다.
검사를 하려 주삿바늘을 찌를 생각으로 환자 팔을 잡고 혈관을 찾았다.
하지만 표면이 숯검정이라 어디 혈관이 있는지 좀체 찾을 수가 없었다.
[아.. 이거 너무 심각해서 어딘지 아예 감이 안 오는데.]
그렇게 중얼대고, 그나마 피부가 남아있는 곳을 찾으려 팔을 잡았다.
그 순간, 환자가 말했다.
[..저, 그렇게 심각한가요..]
[아.. 아..]
나는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그는 계속 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나눈 말들을 모두 들었겠지..
그 방 안에 있던 의사, 간호사, 나, 구급대원까지 모두가 얼어붙었다.
그 후 2시간 남짓 지나 환자는 결국 죽었다.
하지만 그 사이 몇 번이고 [나는 죽는 건가요?] 라고 물어왔다.
솔직히 의료업에 종사하고 있음에도 본분을 잊고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순간이었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