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이야기다.
여름방학 때 할 아르바이트를 친구랑 수소문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어느 구인지에
"오두막을 하루 관리해 주실 분을 찾습니다." 라는 광고를 보았다.
일당 2만엔!
곧바로 전화하니, [마감되었습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쉬웠지만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다음 주 구인지에 또 그 광고가 실려있는 게 아닌가.
재빨리 전화해서 이번에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면접까지 받았다.
아르바이트비는 오두막에서 하루 지낸 뒤,
다음 날 아침 받는다고 했다.
우리는 바로 OK하고,
오두막까지 가는 길 지도를 받아왔다.
그리고 아르바이트 첫날이 밝았다.
뜻밖에도 시가지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사유지 산속, 숲 가운데 오두막이 있었다.
"사유지이므로 무단 진입 금지"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는 철조망 앞에 초로의 남자가 서 있었다.
[아르바이트하기로 한 A군과 B군이지? 이야기는 들었네. 이리 들어와.]
그리고는 우리에게 오두막 열쇠를 넘겨줬다.
철조망을 지나 10분 정도 걸으니 오두막이 보이기 시작했다.
통나무집일 거라 내심 짐작하고 있었지만, 별거 없는 조립식 주택이었다.
욕실이 없고 식료품은 알아서 사와야 하는 게 아쉽기는 해도,
비싼 일당 받을 생각에 우리는 들떠있었다.
할 일은 별거 없었다.
오두막 안 청소, 그리고 아침 저녁으로 바깥에 있는 화분에 물 주기.
TV도 없었기에 우리는 가져온 휴대용 게임기로 놀거나,
카드놀이나 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때웠다.
에어컨도 없어서 처음에는 엄청 더울 거라 생각했지만,
숲 가운데에 있어서인지 땀만 조금 흘릴 뿐 선선해서 의외로 기분 좋았다.
이윽고 밤이 되어, 편의점에서 사 온 삼각김밥과 빵으로 저녁을 때웠다.
우리는 바로 파이프로 만든 간이침대에 몸을 뉘었다.
그날 밤, 기분 나쁜 꿈을 꿨다.
단편적인 기억뿐이지만, 끔찍한 내용이었다.
자고 있는 사이 밑에서 손이 올라와,
몸을 붙잡고 이리저리 잡아당기다 끝내는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꿈..
이튿날 아침, 꿀꿀한 기분으로 일어났다.
친구도 안색이 좋지 않았다.
[왜 그래? 난 악몽 꿔서 영 기분이 안 좋네.]
[꿈? 나도 꿨어. 어떤 꿈이었냐면..]
[어! 나랑 똑같은 꿈이야!]
기분이 나빠져,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있었다.
이윽고 친구가 불쑥 입을 열었다.
[야, 이 조립식 마루 말인데.. 기분 탓인지도 모르지만 묘하게 흔들리는 거 같지 않냐?]
그러고 보니 눈을 떴을 때, 마치 물침대 위에 있는 듯한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었다.
꿈의 연장 선상이라고 여겨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지만..
[야, 한번 마루 밑을 확인해보자.]
친구가 말했다.
마룻바닥은 지면에서 10cm 정도 떠 있고, 사방을 기둥이 지지하고 있었다.
나도 신경이 쓰였기에, 친구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아침이라고는 해도 새벽 5시 무렵이라 주변은 어슴푸레했다.
친구는 들고 온 펜라이트로 마루 아래를 비췄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악!]
[왜 그래!]
[팔! 파.. 팔이!]
[으악!]
마루 밑에는 창백한 잘린 팔이 무수히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팔의 절단면을 본 순간, 마네킹의 팔이라는 건 금세 알 수 있었다.
다만 이상한 것이..
모든 마네킹 팔에, 폴라로이드로 찍은 여자 사진이 붙어 있었다.
매직으로 이름도 쓰여 있었고..
전부 50개 가까이 있던 것 같다.
마네킹인 것은 직접 만져서 확실히 확인했었다.
[뭐야, 이거.. 정상은 아닌데.. 일 때려칠까?]
[바보야, 일단 돈은 받아야지. 다른 말 하려고 하면 그때 도망치자.]
차마 다시 오두막으로 들어갈 엄두가 안 나, 우리는 밖에 멍하니 서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7시가 되고,
어제 봤던 초로의 남자가 왔다.
[수고했어요. 일찍 일어났군요. 자, 여기 일당입니다.
혹시 사흘 더 아르바이트 해볼 생각은 없습니까? 일당 2만엔, 총 6만엔 줄게요.]
[아뇨, 괜찮습니다.]
우리는 단호하게 말한 뒤, 돈을 들고 재빨리 도망쳤다.
뒤를 돌아보니 남자는 불쾌한 것 같은 얼굴로,
휴대폰을 귀에 대고 우리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 이후 구인지에서 그 아르바이트 광고를 본 적은 없다.
아마 그 오두막도 사라졌겠지.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