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근처 초등학교에서 학교에서 단체로 묵는 행사가 있었다.
그리고 소소하게 나레이션 일을 하고 있던 내게 제의가 들어왔다.
[밤에 담력시험을 할텐데, 그 전에 아이들한테 괴담을 알려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왠지 동심이 살아나는 기분인데다,
원래 담력시험 같은 건 좋아하는 성격이라 흔쾌히 수락했다.
너무 무서운 이야기면 아이들이 겁에 질릴까봐,
그럭저럭 무서우면서도 흔한 이야기를 몇 개 준비했다.
교실 형광등을 끄고,
내 얼굴에 전등을 비추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별로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한밤 중에 학교에서 이상한 조명을 쬐고 있는
이상한 아줌마가 하는 이야기"인만큼 아이들은 모두 진지해보였다.
다들 제대로 무서워해줬고,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점점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내심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직 아이들이구나 싶어 귀엽다고 생각했다.
나는 한 사람 한 사람, 아이들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곧이어 이야기가 끝나고, 형광등을 켜서 교실이 밝아졌다.
다시금 아이들 쪽을 봤는데,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아이들이 적어진 느낌이었다.
몇 명 줄어들었는지,
정확하게 숫자로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분명히 사람 수가 적어졌다.
어슴푸레한 교실에서 이야기하던 도중 봤던 얼굴이,
밝아진 교실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보호자나 선생님들도 옆에 있었던 터라,
담력시험을 안하고 집에 간 아이도 있나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다음날, 학교에 인사를 하러갔다.
페이는 이미 받았지만, 나도 즐거웠기에 내년에도 기회가 되면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전했다.
문득 생각이 닿아,
선생님에게 [중간에 나간 아이들도 좀 있었나 봐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선생님은 웃으며
[아뇨, 참가했던 아이들은 모두 학교에서 묵었어요.] 라고 대답했다.
어라..?
[참가한 아이들은 모두 몇명이었나요?]
[28명이었어요.]
어..? 그것보다 훨씬 많았는데..?
내가 이야기를 한 곳은 2개 반은 족히 들어갈 시청각실이었다.
거기다 가득찰 정도로 아이들이 많았었는데..
교실이 밝아지고,
아이들이 좀 줄어들었다고 느꼈을 때도 40명은 족히 있었고..
그로부터 몇 해가 지났고,
이런저런 사건이 있어서인지 초등학교 단체 숙박은 중지된 것 같다.
다음에 또 기회가 닿는다면,
이번에는 몰래 아이들이 몇 명인지 세어보며 이야기하고 싶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