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박 일정으로 친구와 함께 오토바이 여행을 떠났다.
첫날밤은 토호쿠의 어느 여관에서 묵고,
둘째날은 우리 부모님이 가지고 있는 작은 별장에서 자기로 했다.
별장을 살 무렵에는 할머니가 살아계셔서,
할머니를 별장에 모셨었다.
그렇기에 할머니가 쓰시던 일본식 방도 있어,
거기를 침실로 삼아 자기로 했다.
자고 일어났더니, 옆에서 자고 있어야 할 친구가 보이질 않았다.
방에서 나와보니 친구는 부엌 의자에 앉아 있었다.
친구는 내가 일어난 걸 보고는,
[야! 나오면 나온다고 최소한 말은 해줘야 할 거 아냐!] 라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하고 소리쳤다
잠이 막 깬 터라,
틀림없이 벌레 이야기를 하는거라 생각했다.
[벌레? 약을 친다고 쳤는데 나왔나 보네.. 거기 스프레이 있는데 그거 쓰지 그랬냐..]
그랬더니 오히려 화를 빽 냈다.
[그거 말고! 귀신!]
친구의 말에 따르면, 한밤 중에 누가 이름을 부르는 거 같아 눈을 떴다고 한다.
그런데 몸이 움직이질 않고,
왠 할머니가 자기 얼굴 바로 옆에서, [A야..] 하고 부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구 이름은 A가 아니다.
그렇기에 [제가 아니에요!] 라고 필사적으로 외치며, [내 이름은 K입니다.] 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A야.. A야..] 하고 밤새도록 불러댔다는 것이다.
A라는 이름은 우리 형 이름이었다.
실은 10여년 전, 그 친구와 만나기도 전에 이미 죽은 형..
바다에 갔다 사고로 익사했는데,
하필 그 무렵 할머니가 건강이 악화되어 입원해 계셨었다.
할머니에게는 충격을 받으실까봐 형의 죽음을 숨겼는데,
결국 할머니는 건강을 되찾지 못하고 그대로 세상을 떠나셨다.
혹시 할머니는 내가 나랑 비슷한 또래를 데려왔으니,
그게 형이라고 착각하셨던 걸까..
그렇다면 할머니는 죽어서도 아직 형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일까.
나는 그게 못내 슬프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