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청동거울

금산스님 작성일 17.10.13 09: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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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가보로 불리는 보물이 세 개 있다.

하나는 가계도.

약 4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가계도는, 두루마리 수십 권에 이른다.

 


다른 하나는 칼이다.

옛날, 선조가 무훈을 세워 그 공을 기려 영주가 하사한 물건이라던가.

 


마지막 가보는 거울이다.

거울이라고는 해도 옛 물건이라, 청동을 반짝반짝하게 닦아 얼굴을 비추는 물건이다.

역사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손바닥만한 크기의 거울.

 


이 보물들은 오동나무 상자에 담겨 고이 모셔두고 있다.

이 세 보물은 취급법이 정해져 있다.

 


가계도는 본가의 가장말고는 상자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되며,

칼은 아무리 비싼 값이라고 팔아서는 안되고, 가장이 한 달에 한 번 손질을 해야한다.

그리고 거울은 불단에 안치하고, 매일 무사한지 확인하는 것이다.

 


또한 거울을 본가 밖으로 가지고 나가서는 안 되고,

설령 가장이라도 상자 밖으로 꺼내면 안된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바로 그 거울에 관한 이야기다.

 


그 청동거울은 이상한 형태를 하고 있다.

육각형 바탕에 둥근 거울 부분이 겹쳐져 있다.

 


거울이라고는 해도 녹슬고 여기저기 상처가 나,

무언가를 비추는 힘은 거의 잃었다.

 


하지만 두께가 2cm 정도인 것에 비해 꽤 무거워,

어딘가 영험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물건이다.

 


초등학생 무렵, 친구들끼리 집에 어떤 귀한 물건이 있는지를 놓고 배틀이 붙었다.

그래서 방과 후 다들 자기네 집 보물을 들고 공원에 모여보기로 했었지.

 


다른 아이들은 다 장난감 같은 걸 가져왔지만, 나는 바로 그 거울을 들고 갔다.

어른들은 손대면 안된다고 말했었지만 신경도 안 썼고,

결과적으로는 내가 가져온 게 가장 보물 같다면서 내가 승리했다.

 


의기양양해서 집에 돌아오니,

아니나다를까 아버지가 불같이 화를 내고 계셨다.

 


무슨 이상한 일은 없었냐고 끈질기게 질문을 받고,

엄청나게 혼난 뒤 두 번 다시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납득이 안 갔지만, 일단 사과했다.

그 이후에는 딱히 흥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거울에 손을 댈 일은 없었다.

 


그리고 작년,

내가 스무살 생일을 맞이할 무렵 아버지가 나를 불렀다.

 


대학에 들어간 후 집을 떠나 자취하고 있던 나는,

무슨 일일까 의아해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불단이 있는 방에 나를 불러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집에 전해지는 가보의 유래와 그 취급법에 관한 이야기를 말이다.

 


원래 우리 집안은 음양도에 관련된 집이라,

주로 저주 받은 물건을 다뤄왔다고 한다.

 


이제 와서는 대부분의 물건을 박물관에 기증해서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고

아버지는 한숨 내쉬었다.

 


나는 고작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불렀나 싶어 투덜거리고 있었다.

마음을 놓고 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말을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부터가 중요한 이야기다..]

졸음이 올락말락했지만, 진지하게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불단에 안치되어 있는,

거울이 든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이 거울을 왜 꺼내서는 안되는지 아느냐? 그건 이 거울을 꺼냈던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었기 때문이야.

 그것도 3번이나. 이 거울은 사람의 죽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솔직히 믿을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나도 오랫동안 그게 미신이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23년 전 그 사건이 있고나서는..]

아버지는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23년 전.

그건 아버지의 누나이자, 내게는 고모인 사람이 죽은 해다.

사고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거기 얽힌 자세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이 거울은 이 땅에서 먼 곳으로 가져가려 하면

꺼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 같다.

 


과거 이 거울을 꺼내려 했던 세 사람은,

그 해를 받아 죽은 것이다.

 


첫 번째는 전국시대 때,

이시다 미츠나리의 부하였다고 한다.

 


그 사람은 세키가하라 전투 후,

미츠나리와 함께 참수되었고 거울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두 번째는 제 2차 세계대전 중,

국가 총동원법에 의해 온갖 쇠붙이를 거둬갈 무렵이었다.

 


헌병이 억지로 청동거울을 가져가려 하던 도중,

할아버지 눈 앞에서 미군 전투기의 기관총 사격에 맞아 그대로 절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우리 고모였다.

이 거울은 고모의 유품이기도 한 것이다.

 


고모가 살아있을 무렵에는 거울의 저주 같은 것도 다들 미신으로 여겼다고 한다.

다들 걱정도 않고, 가끔 손님이 찾아올 때면 부담없이 보여주곤 했다고 한다.

아무 것도 비치지 않는 골동품 거울이라면서 말이지.

 


하지만 추석 때, 오사카에 시집갔던 고모가 돌아가기 전,

3개의 가보에 인사를 하려 돌아봤다고 한다.

 


그리고 거울을 손에 들었을 때,

자기 얼굴이 거기 비친 것을 본 것이다.

 


고모는 새파랗게 얼굴이 질려,

화장실 거울과 청동거울을 몇 번이고 번갈아 봤다고 한다.

 


[청동거울에 비치는 내 얼굴이 새까매!]

아버지는 겁에 질린 고모를 기분 탓일거라며 달랬다.

하지만 꽤 무서운 것을 봤는지, 고모는 좀체 안정을 찾지 못했다.

 


고모는 교토에 있는 자신이 잘 아는 절에 가져가 불제를 받겠다고 말하기 시작했단다.

규칙을 깨는 일이지만, 그래서 마음이 풀린다면 원하는대로 하라고 아버지는 청동거울을 내줬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걸 아직까지도 후회하며 살고 있다.

 


왜냐고?

어쩌면 그 일 때문에 역대 가장 큰 저주가 일어났을지도 모르니까..

 


고모는 1985년 8월 12일 18시 4분, 하네다발 이타미행 비행기를 탔다.

그 거울과 함께..

 


출처: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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