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모임이 있어서 가족과 함께 이바라키의 할머니댁에 갔을 때 일입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정도 전이네요.
우리 친가는 매년 여름, 2박 3일간 모든 친척이 모입니다.
조상님 성묘도 한번에 몰아서 해버리고, 다같이 가족끼리 축제를 벌이는거죠.
어른들한테는 재밌겠지만, 아이들한테는 그저 그런 모임입니다.
당시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다른 친척 동생들보다는 나이가 있는 편이라,
비슷한 또래의 사촌 형, 사촌 누나와 함께 어른들 틈에 껴 탄산음료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생각난 게 있어,
옆에 있던 아버지와 할머니에게 6살 무렵 있었던 일을 꺼내놓았습니다.
[그러고보니 6살 때 새해 첫 참배를 하러 카시마 신궁에 갔었는데,
돌아갈 때 뒤에서 누가 머리를 딱 때렸었어. 아버지한테 혼난 줄 알고 쭈뼛쭈뼛 뒤를 돌아봤는데,
아버지는 저만치 뒤에 있고 다른 가족들은 앞서가고 있더라고. 내 뒤에는 아무도 없다는 걸 생각하니 엄청 무서웠어!]
이야기를 마치고 나니,
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혹시 말하면 안되는 이야기였나..?
초조해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입을 열었습니다.
[때린 거 손가락 3개였지?]
이번에는 내가 놀랄 차례였습니다.
확실히 그때 나는 세번째 손가락에 맞았다는 감각이 있었거든요.
놀라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아버지는 웃기 시작했습니다.
[뭐야, 그랬구나. 이제 내 뒤에는 안 계시는구만.]
의아해하고 있자, 할머니가 설명해주셨습니다.
실은 머리를 손가락 3개로 얻어맞은 건 내가 네번째라는 것입니다.
내 전에는 아버지가, 아버지 전에는 할아버지의 남동생이,
그 전에는 증조할아버지의 어머니가 다들 6살 무렵에 얻어맞았다고 하네요.
아버지가 머리를 얻어맞았을 때,
할머니는 잘 알고 지내던 "보이는" 분한테 [왜 얻어맞는건가요?] 라고 물어봤다고 합니다.
그 분이 말하길, 우리 집안 선조님 중 한 분이 수호령이 되었는데,
다음 대의 후손에게 넘어갈 때 그렇게 머리를 때려서 넘어간다고 했다네요.
즉, 머리를 때리는 건 "이제부터 네 뒤에 있다" 라는 신호라는 거죠.
손가락 3개인건, 수호해주는 선조님이 선천적으로 오른손 손가락이 3개뿐인 분이라 그렇답니다.
실은 얼마 전, 또 손가락 3개로 머리를 얻어맞았습니다.
한 사람이 2번이나 맞는 일은 전례가 없었다기에, 무서운 일이 있는 건 아닌가 걱정했죠.
그런데 할머니가 알고 지내는 분이 이렇게 말하셨답니다.
[당신 손자, 요새 안 좋은 걸 모으고 있지? 그 수집품 때문에 나쁜 게 잔뜩 들러붙었어.
하지만 손자는 그걸 모르고 있어. 수호령이 쫓아내는 것도 지쳐서 화가 난게야. 손자한테 말해주라고.]
좋지 않은 수집품이라고 해봐야 요새 괴담 사이트를 잔뜩 돌아다니고,
심령사진이랑 공포 영화 본 것 정도 밖에 없는데..
좀 삼가긴 해야하나 봅니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