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무녀의 말

금산스님 작성일 17.10.26 09: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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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모리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조금 지역색이 강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이 무녀라는 말을 들으면, 대개 오소레산을 떠올릴 겁니다.

그리고 TV 방송에 나오거나 하는 걸 봐도 다 짜고치는 거라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무녀는 오소레산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사기꾼인 것도 아닙니다.

츠가루 지방에도 무녀는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눈이 안 보이는 여자가 무녀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눈이 안 보이는 사람들이 츠가루샤미센을 연주하며 곳곳을 순회했습니다.

 


이들은 "보사마(ボサマ)" 라고 불리는 일종의 예인이었는데,

이 중 감각이 날카로운 이들은 무녀가 되었다고 합니다.

현대에는 거의 없지만요.

 


실은 친구네 할머니가 몇 남지 않은 츠가루 무녀라서, 전해들은 이야기입니다.

츠가루 무녀는 오소레산 무녀와는 달리 명확한 조직이 없어, 그리 유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역 사람들 사이에는 잘 알려져 있기에,

이런저런 부탁을 받곤 한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신내림 같은 건 아니고,

평소에는 그냥 점쟁이 같은 모습이랍니다.

물론 오소레산 무녀처럼 신내림도 할 수 있고요.

 


친구도 어릴 적부터 사라진 물건을 찾는다던가,

본인밖에 모를 일을 맞춘다던가 하는 할머니의 신기한 힘을 보아왔기에,

깊게 믿고 있었다고 합니다.

 


몇 년 전, 츠가루 지방 어느 시에서 시의원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뉴스에서는 범인의 단서도 없다는 보도가 나오던 터였습니다.

친구는 할머니에게 무심코 물었답니다.

 


[할머니는 이런 때 죽은 사람 영혼을 불러서 범인을 알아내거나 할 수는 없어?]

그러자 할머니는 [항상 지니던 물건이 없으면 영혼을 부르는 건 어렵단다.] 라고 대답했답니다.

 


[역시 그렇구나..]

친구도 별 생각 없이 물어봤던 것이기에, 그 정도로 이야기가 끝날 터였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신묘한 목소리로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허나 만약 인연이 있는 물건을 가져오더라도 저 사람의 영혼은 부를 수 없을게다.]

친구는 깜짝 놀라 [왜?] 라고 물었습니다.

 


[이 사람은 수많은 이들에게 원망 받아 죽었단다.

 그래서 그 영혼이 지옥에 떨어지고 말았어. 이런 사람의 영혼은 불러낼 수 없단다.]

할머니는 무척 엄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셨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살해당한 시의원은 부업으로 사채를 하고 있었답니다.

그 탓에 수많은 이들에게 미움을 샀고요.

 


[죽인 범인은 한 명일지 몰라도, 그 안에는 몇 십 명도 넘는 사람의 원한이 소용돌이치고 있단다.

 그러니 만약 범인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해도 증언도 나오지 않고, 증거도 없을게야.

 몇 십 명이 함께 죽인거나 다름 없으니. 그러니 이 사건은 절대 해결되지 않을게다.]

 


할머니의 말을 듣고, 친구는 진심으로 겁에 질렸다고 합니다.

지금까지도 이 사건은 해결되지 못한채 남아있다고 합니다.

 


출처: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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