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훈계

금산스님 작성일 17.11.08 19: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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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아침, 아파트에서 오토바이 세워둔 곳으로 가던 중

등 뒤에서 쾅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났습니다.

 


돌아보니 콘크리트 타일 통로에

주스 캔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위를 올려다보니 초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6층 베란다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히죽히죽 웃고 있는 걸 보니 못된 장난을 친 듯 했습니다.

 


[이거, 너희가 던진거니?]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런 짓 하면 안되는거야. 알겠어?]

두 아이는 변함없이 히죽거리며 나를 내려다봅니다.

 


[왜 웃는거니!]

나는 조금 소리를 높였습니다.

 


빈 깡통이라고는 해도 머리에 맞으면 다칠지도 모릅니다.

또 이런 짓을 하지 않게 하려면 제대로 주의를 줘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는 어린 아이들도 지나다니는 곳이니까 물건 같은 걸 던지면 위험해. 알았니?]

[시끄러워, 이 할망구야.]

남자아이가 대꾸하더니, 두 아이는 쓱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회사에 안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스쿠터를 타고 출근했습니다.

 


그날 밤, 스쿠터를 주차하고 아침 그 통로를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니, 또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 순간,

얼굴 앞머리에 닿을 듯, 무언가가 앞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콰직!

발 밑에, 청테이프로 칭칭 감긴 신문지 다발이 널부러져 있었습니다.

양 손으로 겨우 들어올려야 할만한 무게니, 정통으로 맞았더라면..

 


소름이 끼쳐 시선을 올리니,

5층 베란다에서 무표정한 여자가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습니다.

 


그날 이후,

아이들한테 훈계하는 게 무서워졌습니다.

 


출처: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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