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옛날 봤던 일을 어딘가에 남겨두고 싶어 적어본다.
저 멀리 아지랑이가 보일 정도로 더운 어느 여름날,
나는 상가 옆 긴 오르막길을 자전거를 끌고 오르고 있었다.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걷고 있는데,
나와 비슷한 페이스로 10m 정도 앞에서 모자가 손을 잡고 사이좋게 걷고 있었다.
보기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더워서 계속 땀을 닦아가며 자전거를 끌고 오르막을 걸었다.
길을 따라 자리잡은 상가들이 줄어들 무렵,
갑자기 아이가 넘어져 울기 시작했다.
아이 어머니는 괜찮다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고 있었다.
옆을 지날 무렵, 혹시 부딪힐까 걱정되서 일단 멈춰섰다.
땅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올라가려 앞을 봤다.
그런데 그곳에는 아이가 없고 어머니가 혼자 주저앉아
아이를 쓰다듬는 것 같이 손을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분명 아이 어머니가 아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는데..
[어라?]
당황해서 우뚝 서 있는 사이,
여자는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여전히 아이와 손을 잡고 있는 것처럼, 손을 옆으로 쭉 내밀고
마치 아이와 손을 잡고 무언가 이야기를 하며 걷는 듯 했다.
하지만 몇 번이나 눈을 비비고 바라봐도,
아까 전까지는 분명 있었던 아이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혹시나 저 어머니에게만은 아이의 모습이 보이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모르게 애달파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니,
분명 도중까지는 나한테도 아이가 보였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었을까?
지금도 종종 생각나곤 하지만 그때마다 슬퍼진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