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음성 키보드

금산스님 작성일 18.08.22 12: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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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딸과 오랜만에 통화를 하다가

문득 떠오른 옛날 이야기다.

 


아직 딸이 유치원에 다닐 무렵,

아내가 음성 키보드를 사 주었다.

 


전원을 켜고 끌 때 인사도 건네는 모델이라,

딸은 몹시 기뻐했었다.

 


일을 마치고 지쳐 돌아온 내 앞에 들고와,

일부러 같이 놀기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아이들의 흥미는

금세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 마련이다.

 


이윽고 몇 달이 지나자,

그 키보드는 쓸모없는 물건이 되고 말았다.

 


그 키보드는 내가 벽장 안에 넣어놓았는데,

다음날 아내가 이런 말을 꺼냈다.

 


[저거 망가진 거 같아. 전원도 안 켰는데 가끔씩 "바이바이"하는 소리가 들리더라니까.]

벽장 안에 넣으면서 고장이 났는지,

전원이 꺼질 때 나오는 바이바이 소리가 불규칙하게 들려온다는 것이었다.

 


딸도 엄청 겁에 질려서,

벽장 가까이로 가려하질 않았다.

 


그리고 어느 휴일,

가족끼리 만찬을 즐기고 있는데 또 그런 현상이 일어났다.

내 귀에도 확실히 [바이바이]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상치 못한 일이라 그런지, 딸은 그만 울고 말았다.

아내가 된통 화를 내는 바람에, 나는 공구를 꺼내왔다.

 


벽장에서 키보드를 꺼내,

스피커 부분을 망치로 때려부숴 기능 자체를 파괴해버렸다.

 


그 후 타지 않는 쓰레기 봉투에 넣어,

내 방 구석에 놓아뒀다가 며칠 뒤 쓰레기 버리는 날 내다버렸다.

 


산산조각을 낸 뒤,

[이제 안심해도 괜찮아.]라고 딸을 달래줘서 아버지로의 위엄은 지켰지만

내가 키보드를 산산조각 낸 건 다른 이유가 있었다.

 


처음 드라이버로 배터리 커버를 열고 배터리를 뽑았는데

그 직후 [바이바이] 하는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환청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딸이 성인이 된 지금도 차마 이야기할 수 없는 비밀이다.

 


내가 공포에 휩싸여,

필사적으로 키보드를 때려부쉈다는 사실은..

 


출처: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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