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이사를 왔습니다.
저희 집은 현관에 들어서면 바로 왼쪽에 방이 있는데,
들어가 보니 전 주인이 아주 큰 붙박이장을 두고 갔더군요.
방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아서,
장은 거의 방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문은 바퀴가 달린 미닫이문으로,
완전히 닫는 잠금장치는 없었습니다.
장이 얼마나 컸던지 처음 이사 와서 비어 있을 때는
어른 두세 명이 한 번에 들어갈 수준이었습니다.
완전히 새것같이 깨끗한 장이었기에,
저는 먼지를 잘 닦아내고 쓰기로 했습니다.
책상과 가구들을 들여놓자,
방에는 겨우 잠을 잘 공간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창문이 크고 아늑한 느낌이 들어
저는 그 방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저는 허리가 좋지 않아서 항상 침대가 아니라 바닥에서 잠을 자는데,
붙박이장 쪽에 붙어서 잠을 청하고 있으면 어디선가 진동 소리가 들려오는 것입니다.
한 번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반드시 10분 간격으로 비슷한 소리가 계속 들려왔습니다.
혹시 어디에 잃어버린 휴대폰이라도 있나 싶었지만,
그다지 무섭지도 않았기에 별로 신경은 쓰지 않았습니다.
그 소리는 항상 붙박이장 안쪽에서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문을 밀어서 열어 놓으면 들리지 않았습니다.
배터리가 다 되면 사라지겠지 생각했지만 진동은 계속 이어졌고,
어김없이 새벽 3시 즈음이 되면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올해 여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잠을 못 이루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불면증이 있어 늦게까지 깨어 있는 일이 잦았기에
그 소리를 듣게 되면 어디서 나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죠.
어느 날 남자친구와 전화를 하던 도중
방에서 새벽만 되면 진동 소리가 들린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남자친구는 옆집에서 나는 소리나 컴퓨터 소리가 아니냐고 되묻더군요.
그리고 바로 그때,
또 진동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방금도 났어. 컴퓨터도 다 꺼져 있고, 옆집 소리가 이렇게 가까이에서 들릴 리가 없잖아.]
그렇게 대화는 그냥 결론 없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저는 전화를 끊고 잠을 청했죠.
그리고 그날 밤, 저는 아주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저는 어둡고 조용한 드레스룸에서,
목부터 발목까지 내려오는 아주 긴 모피 코트를 입고 있었습니다.
사방에 걸린 거울에 제 모습을 비춰보며 흡족해하고 있었죠.
그 코트는 목부분은 하얀색인데 아래쪽으로 내려올수록 색이 짙어져
발목 부분에는 검은 자줏빛이었습니다.
제 옆에서는 어느 40대 여인이 연신 잘 어울린다며 칭찬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옷을 가져가라고 계속 권유했죠.
저는 솔깃해져서 옷을 가져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별안간 그 여자가 저에게 귓속말로
[사실 이 코트, 원래 주인이 살인을 하고 도망갔어요. 그래도 괜찮겠어요?]라고 묻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 대답도 이상했습니다.
별안간 제가 [아, 그거 알고 있었어요. 제가 그 사람 신고했거든요.]라고 한 것입니다.
꿈이었지만 왠지 제 자신이 무서워져서 잠에서 깼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장 쪽에서 또다시 진동이 울렸습니다.
순간 그 소리에 관해 다른 이에게 말을 했던 것이 처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만은 유독 그 진동이 공포스럽게 느껴져,
날이 밝을 때까지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그 후로 그 진동 소리는 띄엄띄엄 두어 번 더 들리더니
이제는 몇 달째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옷장 정리를 할 때마다 구석구석 꼼꼼히 살펴보지만,
몇 년 간 들려오던 휴대폰 진동 소리의 행방은 도저히 찾지를 못하겠네요.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