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들은 이야기입니다.
어느 가족이 있었습니다.
그 집안은 대대로 독실한 불교 신자라서,
집안에서 후원하는 절까지 따로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 당시 그 절의 주지 스님은
글씨를 무척 잘 쓰고 부적이 영험해 소문이 자자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 정월이라 어머니가 절에 가서
스님을 뵙고 부적을 얻어오셨습니다.
고시 공부 중인 자식이 시험에 붙기를 기원하는 부적,
집안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부적, 가족 건강을 위한 부적 등 종류도 여럿이었지요.
어머니는 집에 돌아와 아들에게 줄 부적, 남편에게 줄 부적,
자신을 위한 부적을 챙겨 놓고 집안에 붙일 부적을 따로 분류했습니다.
출입문에 붙이라고 스님이 주신 부적은 모두 4장이었습니다.
현관문에 2장의 부적을 붙이고 나자 2장이 남았습니다.
어머니는 잠시 고민했습니다.
부적을 남기기에는 왠지 아까운데, 붙일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어머니는 거실과 베란다 사이의 문에 부적을 붙이기로 했습니다.
높은 곳이었기에 의자를 가져와 그 위에서 부적을 붙이기로 했죠.
그런데 한 장을 붙이고, 남은 한 장도 마저 붙이려는 순간
갑자기 의자가 갸우뚱거리더니 베란다 쪽의 의자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어머니는 베란다 쪽으로 크게 넘어지셨지만,
다행히도 화초에만 부딪혔을 뿐이었습니다.
집이 고층이었기에 만약 떨어졌다면 큰일이 났겠지만,
다행히 팔만 다치고 끝났습니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어머니는 크게 놀라
그 후 며칠 동안 악몽을 꾸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뒤 절에 볼 일이 생겨
어머니는 다시 절을 찾으셨습니다.
스님을 뵙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
어머니는 이전에 있었던 일을 스님께 들려드렸습니다.
스님께서는 깜짝 놀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큰일 날뻔하셨습니다. 아직도 베란다에 부적이 붙어 있으면 집에 가자마자 떼세요.
정말 위험합니다. 문은 오가는 문이 있으면 족합니다. 굳이 따로 나가는 문을 만들지 마세요.]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