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오봉 무렵 주말에 일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늘 다니는 신사에 참배라도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철에서 내리고 나니,
시주하고 던질 동전이 없다는 걸 눈치챘다.
자판기에서 주스라도 하나 사 먹고
동전을 구하기로 했다.
그 순간, 어린아이가 [주스 주세요.]라고 말을 걸어,
[그래, 줄게. 어차피 동전이 필요해서 사는 거니까.]라고
대답하는 상상을 해버렸다.
자판기에서 오후의 홍차를 고르고
꺼내려고 손을 집어넣었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거스름돈은 주스 값 빼고 제대로 나왔고,
캔이 퉁 하고 떨어지는 소리도 났었다.
어디 걸린 건 아닌가 샅샅이 확인한데다,
주변에 사람도 없었기에 누가 들고 도망친 것도 아닐 터였다.
설마 정말 캔을 그대로 가져갈 줄이야..
오봉에는 정말로 찾아오는구나 싶었다.
다만 오후의 홍차를 못 마시는 바람에 목이 말라서,
참배 마치고 늘 가는 라멘집에서 평소보다 물을 엄청 마셔버렸었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