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빌딩 안에 있는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무렵 이야기다.
그곳의 쓰레기장은
주차장에서 이어지는 지하 구역에 있었다.
언제나 마감 작업을 할 때면 쓰레기를 카트에 싣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서 버리고 오곤 했다.
쓰레기장에 들어가려면
"열림" 버튼을 눌러야 문이 열린다.
나갈 때는 문 앞에 서면
센서가 인식해서 자동으로 문이 열리지만
거기서 "닫힘" 버튼을 눌러줘야만 문이 닫히는 귀찮은 구조였다.
지하철 역사 있는 장애인 화장실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 것 같다.
아무도 없을 때는 불이 꺼져있다가,
안에 누가 들어가면 불이 켜진다.
어두컴컴한데 들어갈 때면
언제나 조금 기분 나빴었다.
그날도 마무리 작업으로
평소처럼 쓰레기장에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
문을 열고 쓰레기장에 들어갔는데
불이 켜진 직후 어쩐지 안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바라보니 슥 하고 그림자 같은 게 선반 뒤로 향하는 게 보였다.
어라.. 다른 사람도 쓰레기를 버리러 왔나?
선반 뒤편을 슬쩍 살펴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뭘 잘못 봤겠거니 하고 평소처럼 쓰레기를 버린 뒤
쓰레기장을 나가려던 터였다.
그런데 쓰레기장을 나와
"닫힘" 버튼을 눌렀는데도 문이 닫히질 않았다.
어라? 고장이라도 났나..
계속 버튼을 눌러봤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문을 열어둔 채 가게로 돌아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버튼을 누르고,
오늘도 지치네 하고 한숨을 내쉬는데..
이번에는 엘리베이터 문이 좀처럼 닫히질 않았다.
이것도 고장인가 싶어 짜증을 내며
"닫힘" 버튼을 계속 눌러대자, 이번에는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화를 내면서도
결국 아무 의문 없이 엘리베이터를 버리고
계단으로 가게까지 돌아왔다.
계산대에서 마무리를 하고 있던 점장한테
투덜거리며 이야기를 늘어놨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거, 계속 누가 뒤에서 따라와서 그런 거 아냐?]
뭔가를 가까이서 본 건 아니었지만,
그 이야기를 듣자 소름이 쫙 끼쳤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