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비 오던 날의 이야기다.
부엌 옆에 있는 창문에
아이 손바닥 자국이 잔뜩 찍혀 있었다.
딸이 만졌나 싶어 닦아 봤지만,
닦이질 않았다.
손자국은 바깥에서 찍혀 있는 것이었다.
문득 이곳이 5층이라고 쓰지만,
사실은 4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창밖에는 당연히 허공뿐이다.
아이가 올라와 손자국을 찍을 수 있는 곳 따위는 없다.
손자국을 발견하고 나서부터,
딸은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언니와 논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가 혼자 가상의 친구를 만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연히 아이가 말하는 걸 들어보니,
마치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 같아서 무서워졌다.
결국 원래 이사 검토 중이던걸 앞당겨서 집을 옮겼다.
시어머니와 우리 어머니는 소꿉친구였기에,
두 분이 입 다퉈 액막이라도 하라고 성화였다.
액막이를 해 준 신주분 이야기로는,
어린아이들은 무심코 그런 것을 끌어들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딸이 놓아주지 않으니까,
영혼이 나에게 보이기 위해 손바닥을 남긴 거 같다고..
아직도 내게는 그 집이 무서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