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저주받은 집안
회사 동료의 이야기입니다.
10년 전 입사하고 처음으로 친해진 그 녀석은 시마다(가명)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이었습니다. 시마다는 저와 같은 오컬트 마니아로 인터넷에서 재밌는 화제를 발견하면 서로 알려주기도 하는 사이였습니다.
그런 시마다가 자기네 집안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게 된 것은 입사하고 3년이 되던 해에 있던 단체 연수 때였습니다.
금요일이라는 핑계로 연수 참가 멤버 전원이서 술을 마시러 나갔는데 막차가 끊긴 뒤 3차,4차가 될 때까지 10명 넘게 남아있었는데 저나 시마다 외에도 오컬트를 좋아하던 녀석들이 있어서였을까 어느샌가 무서운 이야기를 꽃피우기 시작했는데 그때 시마다가 무서운 이야기인지 아닌지 미묘하게 판별하기 어려운 자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시마다 말로는
"우리 집안은 아마 저주받았을 거야."
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 얘기를 들은 다른 동기가
" 무슨 말이야 그게 ? "
이런 말과 함께 태클을 걸었던 기억이 있는 것을 보아 슬슬 술이 깨기 시작하던 아침때였을 것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가문에선 뒤를 이을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반드시 우리 집안 쪽 부모가 죽어. 우리 아버지도 내가 태어나고 며칠 뒤에 돌아가셨어."
같은 말을 했고 다들
"우연이겠지"
라며 또 태클을 걸었습니다.하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아버지도 , 할아버지도, 증조할아버지도, 고조할아버지도 전부 아이가 태어나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어."
라고 말을 했는데 듣자 하니 약 반년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 유산상속문제로 호적 서류를 뒤져보다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게 지어낸 이야기라면 이렇게 어중간하게 무서운지 어떤지 알 수도 없을 이야기는 하지 않았을 것인데 한다고 하더라도 선조가 누군가를 참살해서 저주에 … 라든가, 고향집에 무서운 가보가 … 같은 소리부터 꺼냈을 거라고 생각했고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냥 우연이겠지라는 식으로 그날은 자리를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당사자인 시마다 입장에서는 흐지부지하게 끝날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날이 있고 2년 뒤, 이 이야기를 완전히 잊어버릴 즈음. 시마다의 여자친구(안자이라 부름)가 상담을 부탁했는데 안자이는 같은 회사 1년 후배로 주로 저와 같은 프로젝트를 맡곤 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시마다보다 저와 대화할 일이 많을 정도였는데 안자이 말에 의하면 시마다의 아이를 가졌다고합니다.
하지만 시마다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단호히 "지워"라고 주장하며 물러서지 않았고, 그렇게 둘이 싸웠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시마다의 집안 이야기를 다시 떠올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자이에게 이 이야기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 저는 다음날 시마다와 한잔하며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시마다는 내키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창백하게 질린 얼굴이었숩니다.
한잔하자는 제안도 그다지 내키지 않은 듯했지만
"안자이와 이야기했다"
라고 말하니 납득한 듯 받아들였고체인점을 피해 의외로 조용한 선술집 카운터 자리에 나란히 앉아 시마다를 추궁했습니다.
시마다는
"그러고 보니 너에게도 얘기해줬었지."
라고 말하고는
"한참 생각해봤는데, 난 아직 죽고 싶지 않아. 안자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아이를 꼭 지워줬으면 해. 계속 사귀게 되면 또 같은 일이 벌어질 게 뻔하니, 이 이야기가 끝나면 바로 헤어질 생각이야."
라는 말을 했습니다.
아무리 오컬트를 좋아한다고는 해도 시마다의 이야기를 완전히 믿을 수 없던 저는 분명 이 녀석은 노이로제라도 온 것이다라고 생각했고 그 자리에서 더이상 괜히 자극해선 안된다고 생각해서 이야기를 그냥저냥 마치고 일 이야기나 취미 이야기 등을 하며 기분을 풀어주었습니다.
" 안자이에게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
같은 생각을 하면서 막차 전에 선술집에서 헤어진 뒤 그날은 서로 바로 집에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주, 안자이가 어땠냐고 물어왔지만
"아무래도 노이로제인 것 같아. 매리지 블루같은거 아니야?"
같은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했는데 안자이에게 시마다가 이야기 한 그대로를 해줄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단
"멘탈적으로 많이 흔들리는 것 같으니까 상황 봐서 가족들과 상담을 고려해보는 게 어떄?"
라는 식의 충고는 했습니다.
그 뒤 시간이 지나고. 안자이가 다른 프로젝트로 옮겨가며 자리도 옮기게 되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사라지고 말았는데 시마다까지 다른 고객 일로 바빠져서 이 이야기를 할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 뒤 오랜만에 안자이를 본사에서 마주쳤습니다.
휴게실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안자이는 제가 인사를 하자 고개를 들어
"시마다가 자살미수를 일으켜서, 지금 의식불명의 중태에 빠졌어요."
라고 말했습니다.
시마다의 정신은 날이 가면 갈수록 불안정해졌다고 하며 협박하듯
"애 지워"
라고 말하며 다가오다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 사죄하는 때가 많아졌는데 그런 것이 절정에 달하던 어느 날, 잠든 안자이의 목을 조르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잠에서 깬 안자이가 시마다의 손을 뿌리치려 하니 시마다는 바로 손을 거두었는데 이후 안자이는 바로 집밖으로 뛰쳐나가버렸다고 합니다. 경찰에 신고를 하든가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 거 아닌가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이대로 시마다를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그의 집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현관문을 열고 원룸 안을 들여다보니 방 중장에 시마다가 쓰러져있었는데 바로 옆엔 약병이 굴러다니고 있었고, 미동도 하지 않는 시마다를 보고 놀라 흔들어 깨워봤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합니다.
서둘러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이송했으나 그대로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고, 그렇게 중태인 상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수준까지 궁지에 몰려있었던 건가"
라고 생각을 하던 저도 자책감이 들었지만 그 시점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시마다의 쾌유를 기원하는 것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나 안자이의 기도에도 시마다는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런 사건이 있는 와중에도 안자이 몸속의 아이는 쑥쑥 자라났고, 무사히 출산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저는 복잡한 기분이 들었는데
" 혹시 아이가 태어나면 시마다는 죽어버리는 건가?"
하지만 안자이에게 이상한 소리를 했다가 만에 하나 유산이라도 하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큰일이었기 때문에
결국 이 이야기를 하지 않은 채 시간이 흘렀고, 안자이로부터 무사히 출산했다는 말을 직접 듣게 되었습니다.
복잡한 기분으로
"축하해"
라고 답장 메일을 쓰던 중 상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는데
"네 동기인 시마다 말이야. 방금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하는군."
상사에게서 이런 소식을 들을수가 있었습니다.
그날로부터 4년 정도가 지났는데 안자이는 출산하자마자 바로 일을 관두고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아이의 아버지가 시마다라는 건 이전부터 시마다의 어머니에게 말씀드렸기 때문에 육아 환경에 문제는 없다고 합니다. 저는 시마다와 안자이 둘 모두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요즘에도 종종 시마다의 집을 방문해서 안자이와 시마다 어머니의 근황을 챙기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시마다의 어머니에게 시마다가 한 얘기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묻자 어머님이 망설이며 해주신 말은
" 나도 시마다의 아버지와 결혼할때 시아버지에게 들은 말이지만 시마다 집안의 남자들은 대를 이을 다음 자식이 태어날때까지만 살수 있다고 그러셨어. 물론 처음 들었을때는 장난치는 거라고 생각했지."
" 이 일의 원인은 모두가 다 시마다 집안의 선조가 아주 예전에 약속을 어겨서 크게 벌을 받는 거라고 하셨는데 여기까지만 말해주고시마다가 태어난 순간 시아버지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나도 더 알지는 못해"
출처 : https://blog.naver.com/ghshffnfffn1/222166227906
https://ghshffnfffn1.tistory.com/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