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반전이 있거나 엄청 무서운 경험은 아니었지만..
마침 한가하기도 하고 경험담을 적으신걸 보고 저도 한번 적어봅니다.
제가 다니던 대학은 당시 대략 50년이 넘은 대학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미대였는데 저희가 쓰는 건물은 대학이 개교하던 시점에 지어진 건물이었습니다. 엄청 낡은곳이죠.
아무래도 미대는 여러 재료이나 장비를 쓰다보니..신축건물쪽으로는 엄두도 못내게 하더라구요..
게다가 경사가 큰 오르막길에 있다보니 건물 오른쪽은 1층위치가 왼쪽은 거의 지하2~3층 높이로 낮아집니다.
그리고 주변 높은 신축건물에 가려지고 고목으로 둘러싸여 건물 주변이 전반적으로 항상 어둡습니다.
특히 으스스한건 의대건물이 가까운데 해부실습등을 할때는 거기서 쓴 물은 그냥 하수도로 흘려보낼 수 없다더라구요..
저희학과도 독한 약품을 자주쓰다보니 별도의 정화조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지대가 저희건물이 낮다보니
저희학과 건물지하에 정화조가 있고 이 정화조로 의대의 폐기물도 들어온다 하더라구요.
이건 직접확인은 못해봤고 확인할 생각도 없었어요. 다만 거기가 정화조라는건 알고 대략의 구조는 안내받았었어요.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대학교 2학년 시절 저는 실기실에서 밤새 작업을 하고있었습니다.
보통 작업크기가 어느정도 크면 가지고다닐 수 없어 미대생들은 실기실에서 살다시피하는 경우가 많아요.
당시 마침 저만 작업중이었고 바로 옆 실기실에는 선배누나들 두명이 작업중이었습니다.
근데 자정이 조금 넘어서 어디선가 피아노소리가 들리더라구요. 꽤나 격정적으로 연주하던데..
바로 옆건물이 음대건물이라 의외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담배한대 피우러 복도로 나갔는데(건물 구조가 복도는 테라스처럼 개방형으로 되어있었어요.)
복도에선 거짓말같이 안들리더라구요. 신기해서 문에 서서 고개만 까닥까닥 들어갔다 나오는데
신기하게도 실기실 안에 머리만 넣어도 선명하게 들리더군요..나오면 전혀 안들리고..꽤나 섬뜩했지만
당장 옆 실기실에 사람도 있고 오늘 밤새서 작업 하지않으면 제시간 안에 제출이 힘들었기에
다시 집중하여 작업을 했고, 날이 밝아올때즈음에 귀기울이니 이젠 소리가 나지않더라구요.
아침이되고 학식이나 먹어야겠다 싶어 건물에서 나오는길에 마침 친분있는 음대애를 만났습니다.
“야~너네과 사람들은 무슨 새벽에 피아노를 치냐? 귀신나오겠다!”
근데 그 친구가 말하길
“어..너네 학과쪽은 폐쇄되었는데..” 라고하더군요..
알고보니 음대에서 기증받은 중고 그랜드 피아노를 몇대 들여놨는데 이게 너무 무겁다보니
건물이 하중을 못버텨서 바닥이 내려앉았다 하더라구요. 근데 피아노를 빼는것도 쉽지않고 그 자체가 위험해
아랫층에는 간이로 보강공사만 해두고 2년넘게 어찌해야할지 결정이 안나서 저희건물방향 동 전체를 막아두었다 하더라구요.
그러는 사이 옆 실기실에서 작업하던 누나들이 샤워하러 내려오다 마주쳐서
“누나! 혹시 밤에 피아노 소리 못들었어요?” 물었습니다.
“아! 그거! 니가 있던 그 실기실에서만 가끔 들려! 그냥 피아노소리만 가끔 들리는거니깐 신경안써도되!”
하고 하더라구요. 잘못들은게 아니라 선배들도 알고있는 현상이라는게 더 신경쓰이던데…
이후 몇년 뒤 군대를 다녀와 복학했는데 아직도 저희학과는 그 건물을 쓰고있더라구요..
그리고 어김없이 밤새 작업을 하게되었고..잠깐 머리시킬겸 건물 앞 밴치로 나왔는습니다.
4층에서 누가 계단으로 내려오는게 보이더군요..앞서 말씀드린것처럼 복도는 개방형이지만
계단쪽은 사람 몸통보다 작은 쪽창이 계단 중간에 하나씩 밖에 없어서 낮에도 엄청 어둡고 밖에서도 잘 안보여요.
게다가 형광등도 잘 안갈아주고 저희도 작품옮기다 자주 깨먹어서 조명은 없다시피 합니다.
근데 실루엣으로 보니 모자쓴 남자가 내려오더라구요. 4층이면 1학년 실기실이고 1학년에 남자는 딱 셋뿐이라
내려오면 같이 편의점이나 같이가자 하려 기다렸죠. 근데 계단을 쭉 내려오더니 1층에 다다르더니 밖으로 안나오는겁니다.
그래서 들어가보니 아무도 없었어요. 깜짝놀라 밖으로 뛰어나와서 다시보니 1층 계단옆에 있는 공중전화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더라구요. 들어가고 나올때 못봤는데..
누군지 확인안하면 제가 다시 못들어갈꺼같아 다시 다가갔는데 딱 기둥하나 돌아서 보니 아무도 없었어요.
그러고 생각이 난게 1학년들은 지금 MT갔고 그 남자후배 세명 다 MT갔거든요..
게다가 그 공중전화기는 공중전화기 중에서도 그 연 파란색 완전 구형 전화기였고
쓰는 사람 없이 고장난채 선 마저 잘려서 방치된 전화기였습니다.
고장나고 단선된걸 아는 이유가..
제가 군입대 전에 과제할때 전선이 필요해서 그 선을 잘라다 썼거든요.
나중에 학과샘이랑 술먹다 생각나서 내가 그거 잘라썼는데 조만간 전선 사다 연결해두겠다 하니
어차피 고장난 전화기이고 요즘 누가 공중전화 쓰냐고 걍 냅두라고 했었습니다. 2년전에..
바로 짐도 안챙기고 나와버렸습니다..그게 누구였을지는 다음날에도 물어보고 다녔지만 알 수 가 없었어요.
곧장 그 공중전화기 떼어다가 냅다 부셔서 버려버렸습니다.
전후로도 이상한 경험이 여럿 있었고
같은 과 사람들도 한번씩 겪은게 있던터라 지금 생각하면 거기서 어떻게 밤새 작업을 했나 싶습니다.
적다보니 길어졌네요
특별히 극적이거나 엄청 무서운 경험은 아닌터라..이미 긴 글에 더 길어지면 보기도 힘들까 싶어
이거 두개만 적고 가요!
이젠 한국을 떠나 살고있다보니 다시 가보고싶어도 당장 가볼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