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초겨울의 이야기다.
인대가 끊어졌던 친구의 재활 겸,
지인과 함께 그리 높지 않은 산에 셋이서 오르게 되었다.
지도는 물론 준비해뒀지만 중급 정도의 레벨인데다
소요 시간도 4시간 정도인 코스였다.
그렇기에 조금 만만하게 본 것도 있었다.
갈림길이 나오면 굳이 지도를 꺼내보지 않고,
표지판이 가리키는 걸 곧이곧대로 믿고 따라 걸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우리는 길을 잃고 말았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면 괜찮을 테니,
지도를 확인하며 거슬러 가기 시작했다.
지도를 확인하니 왜 길을 잃은 것인지
이유가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이 잘못되어 있던 데다,
나무에 감긴 테이프는 더 위험한 방향으로 이어져 있었다.
명백하게 누군가가 "악의"를 가지고 저지른 짓이었다.
산 입구에 있는 건의함에 상황과 경위를 적은 메모를 넣어뒀다.
아무리 중급 레벨의 산이라도,
전혀 예상 못 한 방향으로 이끌어져 길을 잃는다면,
목숨까지 위험할 수 있다.
그 산은 2000년부터 지금까지,
20명 이상 사망자가 나온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짓을 하는 놈이 아직도 있다는 것도,
그리고 그것에 당해 죽은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