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아주 싼 방을 하나 찾았다.
이른바 사고 물건이었다.
그 방에 살던 사람이 자살했다고 집주인이 그러더라..
나는 그런 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 그대로 방을 빌렸다.
딱히 방 안에 인기척이 느껴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자살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해서
그게 다 하나하나 귀신이 되어 남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 방에는 묘한 그림자가 있었다.
누군가 사람이 서 있는 듯한 그림자였다.
뭔가 싶어서 바라보면 금세 사라진다.
기분 탓인가 싶었지만,
같은 일이 몇 번이고 일어났다.
끝내는 누군가가 내 주변을 맴돌고 있는 듯한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아이가 달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아이가 내 옆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곤 했다.
자살한 사람은 어른이었기에,
내가 지레 겁먹은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날 침대에서 문득 눈을 떴는데,
아이가 위에서 나를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는 걸 보고 말았다.
그런 일이 몇 번 있은 뒤,
얼굴을 트게 된 옆집 이모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그 방에서 자살자가 나온 건 사실이지만,
그전에 아동학대로 인해 여자아이가 죽은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이른바 아동방임이라는 것..
부모가 자식에게 식사도 주지 않아 굶어죽었다고 한다.
그 후, 그 방을 빌린 사람은 나까지 모두 다섯 명..
대부분 금세 방에서 도망쳤던 모양이다.
자살한 건 내가 오기 전전번의 사람.
아이의 원령에게 저주받아 죽은 게 아니냐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었단다.
그 뒤 나는 어떻게 됐냐고?
어깨를 으쓱하고 이야기를 흘려보낸 뒤,
계속 그 방에 살았다.
아이의 기척은 그 후에도 느낄 수 있었지만,
무시하면 그뿐이었다.
2년 정도 살다 그 방에서 나왔다.
그때는 그걸로 그 아이와 이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새로 얻은 방에도 그 아이는 나타났는걸..
지금도 대개 무시하고 있지만,
가끔 말을 걸어주면 아이가 반갑게 웃곤 한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