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 있는 고향 집 이야기입니다.
고향 집은 단독주택인데 연립주택은 아니고
어디에나 있는 흔한 2층 양옥집입니다.
1층 거실 천장에 작은 얼룩이 지고 있는 건
가족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딱히 그 누구도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그 얼룩은 비가 새서 그런 것인지
흰 천장에 갈색으로 침착되어 있었습니다.
긴 시간에 거쳐 조금씩,
세로로 길고 얇게 그 영역을 늘려갔습니다.
아버지가 위에 도료를 덧칠하기도 했지만,
끈질기게 같은 형태의 얼룩이 나타나
조금씩 커져갔습니다.
점차 허리가 생기고, 머리, 어깨, 양 발까지
마치 사람 같은 형태로 보이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처음에는 기분 나빠했지만,
내가 초등학생이 될 무렵에는 이미 익숙해져서
"천장씨"라고 별명까지 지어서 부르곤 했습니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해,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장례식을 마치고 화장 전,
시신을 마지막으로 집에 모시고 와서
이불을 깔고 눕혀 드렸습니다.
친척 분과 신세를 진 비구니 분이
이불을 펴고 아버지를 눕혀드린 순간..
돌아가신 아버지 얼굴과 천장의 얼룩이 만든 실루엣이,
소름 끼치도록 일치한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어머니도 같은 심정이었는지,
우리는 그저 말을 잃은 채
천장씨를 올려다볼 뿐이었습니다.
그 후 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때까지 계속 넓어지던 천장씨는 그 후 그 모습을 유지했습니다.
10년 뒤 집을 신축할 때까지,
그대로 아버지가 잠든 마지막 자리를 내려다보며..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