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때 이야기입니다.
"총합"이라고 학생들이 주제별로 그룹을 지어
각자의 테마를 조사하고 발표하는 학습 과제가 있었습니다.
당시 지옥 선생 누베라는 애니메이션이 유행할 때라,
우리 조는 학교의 불가사의에 대해 조사해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6학년의 마지막 발표회인 탓에,
체육관에 전교생이 다 모여서 발표를 듣게 되었습니다.
덜덜 떨 정도로 긴장하면서도 우리 조는 발표를 마쳤고,
다른 조가 발표를 마칠 때는 큰 박수를 쳐줬습니다.
묘하게도 우리 반이 받은 것은 박수뿐 아니라,
신기하다는 듯한 전교생의 표정도 함께였습니다.
역시 너무 이상한 주제였나? 하고,
다른 조 발표를 듣는 척하면서 우리끼리 조금 반성했었습니다.
발표회가 끝난 뒤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감상문을 적은 뒤 종례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재밌는 분이셨는데,
종례시간에는 늘 그날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 같은 걸 말해주시곤 하셨습니다.
그날 이야기의 주역은 우리 조였습니다.
[7대 불가사의라는 재미난 테마를 전부 발표했는데도,
6개밖에 못 찾았다고 말한 게 진짜 괴담 같아서 좋았어.
그렇지만 다들 7개를 다 말할 줄은 몰라서 어안이 벙벙해 하던 게 진짜 제일 무섭더라.]
우리 조를 제외한 반 아이들 전부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영문을 모를 일이었습니다.
우리 조는 7대 불가사의 중 6개밖에 찾지를 못했었습니다.
조원도 마침 딱 6명이었기에,
한 명이 하나씩 발표를 맡은 뒤
이것밖에 찾지 못했다고 말한 뒤 발표를 마쳤던 것입니다.
하지만 선생님을 포함해 우리 조를 제외한 반 아이들,
그리고 아마 전교생이 7대 불가사의 모두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6개밖에 발표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또 겁주려고 그러나며 다들 웃어넘기려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필사적으로 계속 묻자,
교실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그럼 도대체 누가 두 번 발표한 건데?]
6명의 조원들이 한 번씩 발표한 건 확실한데,
이야기는 7개를 들었다고 하니 누군가 한 번 더 발표했을 터였습니다.
다들 발표를 봤으니 사실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간신히 대답한 것도, [A였던 것 같은데..?] 하고
명확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교실 안의 술렁임은 점점 커져가,
귀신이라고 들뜬 남자아이들과
무서워서 우는 여자아이들까지 혼란의 도가니였습니다.
결국 그날은 우리의 착각이라고 결론 지어졌고,
그 후 7대 불가사의 이야기는 금지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소문이 안 날 리가 없죠.
그 후 학교에서는 전무후무한 불가사의 붐이 일었습니다.
참고로 그날 모두가 들은 일곱 번째 불가사의는
"지하실 거울은 지옥으로 통하는 문"이라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불가사의를 조사하면 이상한 체험을 하게 된다"라는 내용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얼마 전 내가 졸업한 모교에 다니는 아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무척 신기한 기분이 될 수밖에 없었네요.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