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쯤 겪은 일이다.
산속 쓰레기 처리 시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나를 포함해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 대부분이 목격한 기묘한 사건..
그 시설은 외딴 산속에 있었다.
인근 마을까지는 5km 가까이 떨어져 있고,
집이나 가게는 물론 가로등조차 찾아보기 힘든 곳이었다.
다만 시설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집이 한 채 있었다.
거기에는 80대 정도 된 할머니가 홀로 살고 계셨다.
시설에 가려면 그 집 앞을 반드시 지나기 때문에,
시설 내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한 번쯤은 할머니를 본 적이 있었다.
할머니 집 앞에는 도로를 끼고 건너편에 밭이 있었기에
나도 종종 밭으로 향하는 할머니를 보곤 했다.
할머니는 허리가 굽고 걸음이 느려,
도로를 건널 때도 천천히 다니셨다.
집과 밭을 자주 오가셨기에 시설에서도
그 집 앞을 지날 때는 운전에 각별히 유의하라는 지침이 따로 있었다.
매일은 아니어도 자주 오가다 할머니를 보곤 해서
동료나 시설 사람들에게 위험하다고 이야기를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묘하게도 다들 할머니가 길을 오가는 것은 봤어도,
밭에서 일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개중에는 전혀 할머니를 본 적이 없다는 사람도 몇 명 있었다.
우연일 거라고 그때는 그저 넘어갔지만..
그렇게 한 달쯤 흘렀지만,
여전히 길을 건너는 할머니의 모습은 자주 목격됐다.
밭이 도로를 끼고 있어 건너다닐 수밖에 없으니
아무도 뭐라 말할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그리고 한 달 반쯤 지났을까?
출근하다 할머니 집 앞을 지나는데,
경찰차와 앰뷸런스가 와 있길래 깜짝 놀랐다.
시설 사람 중 누가 사고라도 낸 게 아닌가
불안해하면서 출근을 했다.
시설에서도 다들 수군대고 있었지만,
아무도 자세한 사정은 모르는 듯했다.
경찰도 딱히 시설에는 찾아오지 않았기에
별 정보도 없이 며칠이 지나갔다.
그날 이후 할머니의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얼마 뒤, 산기슭 마을에 사는
아르바이트 아줌마에게서 소식을 얻어들을 수 있었다.
그 집에서 백골이 된 할머니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것이었다.
사후 2개월이 넘은 상태의 시신이..
나를 포함해 그동안 시설 사람들이 목격했던
길을 횡단하는 할머니는 도대체 무엇이었단 말인가..
종종 죽은 사람이 무언가를 전하고 싶어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귀신의 존재 자체를 믿지 않는 나지만,
분명히 내가 목격했던 것이 정면으로 부정당하니 오싹할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는 무엇을 전하기 위해 나타났던 것일까..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