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아 계신다면 아흔이 넘으셨을
조부모님께 들은 이야기다.
150년 전, 도호쿠 지방의 한 시골,
그곳에 있는 산은 산나물만 캐러 가도 뱀이 잔뜩이라
사람들이 아예 발도 들여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게 하도 심하다 보니,
마을 사람들은 해결책을 찾으러 신사를 찾아갔고,
신사를 간 지 며칠쯤 지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근처에 살던 영감이 잠시 비가 그친 틈을 타 산에 갔는데,
폭우 때문에 밀어닥친 갑작스러운 홍수에 휘말리고 말았다.
영감은 그대로 물에 떠내려가,
겨우 떠다니는 나무토막을 붙잡고 바다까지 흘러갔다.
그때 수많은 뱀들이 함께 물에 쓸려나갔다고 한다.
물속을 자세히 보니 크고 작은 뱀들이 물살에 휩쓸리고 있었다.
이윽고 영감 곁에 이제껏 본 적 없는 가장 큰 뱀이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다른 뱀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사람이 둘 누워있는 걸 합친 정도의 길이에,
입가에는 수염이 자라있고 머리에는 짧게나마 뿔 같은 게 돋아 있었다.
그 뱀의 머리 위에는 신선 같은 사람이 서 있었다.
그 사람이 영감에게 말을 걸었다고 한다.
[이 몸은 이 뱀의 영혼일세. 나를 본 걸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말아 주게.]
[어째서?]
[뱀은 산에서 100년, 강에서 100년을 수행하면 용이 될 수 있다네.
그 사이 인간에게 들키면 용이 될 수 없어.
그러니 아무에게도 나에 대해 말하지 말게. 말하면 죽여버릴 테니..]
[약속하지.]
하지만 용케 바다에서 구출된 영감은 마을에 돌아가자마자
흥분해서는 뱀에 관한 이야기를 죄다 털어놨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감은 급사했다.
이무기를 보고 49일째 되던 날이었다고 한다.
죽기 전에는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듯, 심하게 떨고 있었다고 한다.
조부모님은 우리 조상이 바로 그 영감이라고 말했었다.
실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신기하고 기묘한 이야기다 싶었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