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마침 쉬는 날이라 장을 보러 갔다.
아내는 일하는 날이라 대신 간 것이다.
옥상 주차장에 주차하고 마트로 들어서기 직전,
멀리서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잠깐 멈춰서 살펴보았지만 누가 그런 건지 알 수 없었다.
기분 탓일 거라 생각하며, 나는 그대로 마트에 들어갔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쇼핑카트를 밀며 걷고 있던 도중,
이번에는 꽤나 가까운 거리에서 [A씨!] 하고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결혼하기 전,
종종 모여서 술 한잔하던 모임에 끼어있던 여자 지인이었다.
[오,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하고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용케 나를 알아봤네.] 하고 무심코 말하자,
그녀는 [차를 보니까 어라? 혹시 A 아니야? 싶더라고.]라는 대답을 했다.
장을 보는 도중에도 그녀는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
계산을 마친 후 [그럼 이만.] 하고 떠나려 하자,
이번에는 차를 한 잔 마시자고 하더라.
만난 지 10년도 더 지났기에 처음에는 반가웠지만,
무서워져서 [집에 강아지가 기다리거든.] 하고 정중히 거절한 뒤 돌아왔다.
내 자동차는 2년 전에 바꿨단 말이야..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