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때,
같은 반에 코우군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코우군은 조용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타입이었지만,
혼자 노는 건 아니고 다른 아이들과도 잘 어울렸다.
나와도 딱히 친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교실에서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곤 했다.
어느 여름날 하굣길.
수풀 옆을 지나가는데, 검은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뭔가 싶어 자세히 보니, 책가방이었다.
누군가 있었다.
뭘 하는 건가 싶어 다가가 보니,
책가방을 메고 있는 건 코우군이었다.
[이런 곳에서 뭐 하고 있어?]
코우군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대답했다.
[별거 아니야. 개구리 가지고 놀고 있는 것뿐..]
[개구리를 좋아하는구나?]
수풀 사이로 흐르는 개울가에 쪼그리고 앉은 채,
코우군은 등을 돌린 채 대답했다.
[그래. 개구리를 이렇게 하는 게 즐거워..]
왼손으로 참개구리 한 마리를 잡아들더니 내게 보여줬다.
[어! 뭐야, 그거!]
코우군은 참개구리의 오른쪽 다리를 잡아서 들고 있었다.
그리고 참개구리의 왼쪽 다리는,
허벅지 부근에서 사라져 있었다.
[코우군이 자른 거야? 그거..]
코우군의 오른손에는 미술 공작 시간 때 쓰던 커터칼이 들려 있었다.
칼날에는 붉은 피가 살짝 묻어있었다.
[맞아. 여기 있는 개구리의 왼쪽 다리를 모두 잘랐어.]
그렇게 말한 뒤 코우군은 손에 잡고 있던 참개구리를 놓아주고,
근처에서 뛰어다니는 새 개구리를 잡으려 했다.
놓아준 참개구리는 비틀비틀 기어가다,
개울로 들어가 그대로 흘러갔다.
그 사건 이후, 난 3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동네 슈퍼에 들렀다가,
어릴 적 친구인 다이군과 우연히 만났다.
나는 코우군이 문득 떠올라,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코우군은 내가 목격하기 전,
훨씬 어릴 때부터 개구리 왼쪽 다리를 자르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 녀석, 개중에서도 올챙이가 발이 자라나기 직전에 잘라내는 걸 가장 좋아한다고 했었지.]
잘 잘라내면 상처가 아물어,
마치 선천적으로 왼쪽 다리가 없는 개구리처럼 된다고 한다.
[요즘은 그런 짓 안 하지?]
우리도 이제 20대 후반이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거라 믿으며 농담처럼 말했다.
[아, 그 녀석 죽었어.. 오토바이 사고였지.. 비 오는 날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는데,
어떻게 부딪힌 건지 왼쪽 다리가 허벅지에서 잘려나가는 바람에
출혈 과다로 살릴 수가 없었다고 하더라.]
다이군의 말에 충격을 받아,
나는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주변에서도 다들 개구리의 저주 아니냐는 소리를 하더라.
코로나 전에 있었던 일이니까 벌써 한 4년 됐나?
너도 시간 있으면 코우네 집에 가서 향이라도 피우고 와라.]
다이군은 그 말을 남기고,
카트를 끌어 계산대로 향했다.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저주라던가 액운이라던가 그런 건 모르지만,
그저 인과응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무엇이 코우군에게
개구리 왼쪽 다리에 집착하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날 수풀 속에서 다리가 잘려나간 개구리를 보며,
행복해하던 그의 미소를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출처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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