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야기.. 한번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ero2 작성일 08.08.07 01: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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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연애게시판을 눈팅한지도 꽤 되었네요.

이곳에서 여러 사람들의 연애,사랑,이별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도 많이 되고, 사람 사는게

별반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네요.

 

생전 글을 써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기분도 묘하고 해서 제 이야기를 한번 적어볼까 합니다.

궁금한 점도 있구요. 글이 꽤나 길어질 것 같지만, 한 남자의 긴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아 이런

사람도 세상에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읽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벌써 5년은 된 이야기네요.

 

그녀와 저는 학교 선후배 사이로 처음 만났습니다. 제가 후배, 그녀가 선배이죠. 나이 차이는..

제가 83년생이고 그녀가 80년생이니 세 살 차이가 나네요. 저는 1학년, 그녀는 3학년, 그랬었습니다. ^^

 

당시에 저는 동갑내기 여학생을 짝사랑하고 있었거든요. 고백도 했었는데 어정쩡한 대답만 들었고,

여기서 말하는 소위 어장관리? 를 한참 당하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는 대학에 와서

여자를 만나기 시작했으니까요. 경험이 전혀 없었죠.

 

그 동갑내기 여학생(선배가 아니라) 앞에서만 서면 왜이렇게 말이 생각대로 안나오고, 긴장이 되던지...^^

둘이 만나는 시간이 즐겁고 두근거려야 하는데, 저는 너무 괴로웠어요. 만나기 전에 이런 이야기를 해야지, 하고

준비해 가도 막상 앞에 서면 아무 말도 안나왔으니까요. ㅎㅎ

 

그래서 그런지, 당시에 여자들을 엄청 만나고 다녔어요. 반대급부라고 해야하나, 열등감이라고 해야하나,

여튼 그 여자애 앞에서 얼어있는게 너무 싫어서 그런거지요. 훈련이라고 해야하나^^;;

근데 그 여자애 앞에서만 그렇게 떨었지,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러지 않았어요. 오히려 입담꾼이었죠.

하지만 끝까지 그 아이 앞에서는 긴장이 안풀리더군요. 뭐 이건 그냥 사이드 스토리이구요^^ 

 

여튼 이 선배도 그런 과정에서(여기저기 발을 넓히는 과정 ㅎㅎ) 알게 되었지요. 처음엔 그냥 성격이 활달하고,

착하고, 얼굴은 미인까지는 아니지만 선해보인다고나 할까. 그랬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저는 정말 이상한 걸로 상대에게 매력을 느끼곤 했던 것 같네요. 물론 자주 만나고 그러면서

친해진 것도 있겠지만요. 

 

어느날 그 선배가 예쁜 재킷을 입고 와서 제가 칭찬한 적이 있었는데, 그녀가 그러더군요. 이거 동대문에서

얼마 주고 싸게 산거라고.

 

제가 짝사랑하던 여자애가 명품족이어서 그랬었는지, 아님 제가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그녀가 무척 대단해 보이더군요.

검소한 점에 끌린건가? ㅎㅎ 사실 그 때 마음이 어땟는지는 잘 기억이 안납니다. 여튼, 그 말을 들은 이후였던 것 같네요.

그녀를 생각하는 마음이 선배 그 이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게 말이죠. 아마 이게 02년 겨울쯤 일겁니다. 제가 아직 신입

생이었던 해죠.

 

02년도에 신입생으로 들어와서, 동갑내기 여자애를 짝사랑하며 쫒아다니다가, 그해 겨울쯤 일방적인 짝사랑에 지쳐갈

무렵, 이 선배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뭐 이렇게 전개가 되겠네요. 뭐 수업도 같이 듣고, 엠티(모텔이 아닙니다^^)

도 같이 가고, 개인적으로도 자주 만나며 선후배 사이 치곤 꽤나 친해졌었답니다.

 

그런데 그 때 저는 대학생활에 완전히 지쳐버렸었어요. 1년을 잘 만나주지도 않는 여자 쫓아다니면서, 대학생활다운

경험은 하나도 못하고, 짝사랑은 그때쯤 증오 비슷한 감정으로 바뀌어서, ㅎㅎ.. 그냥 지금 다니는 이 대학이 싫었어요. 

여튼 이것저것 이유로 반수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03년도에 휴학을 하고 수능을 다시 칠 생각을 했죠.

 

그래서 휴학계를 내고, 공부를 시작을 앞두고 그 선배를 만났습니다. 수능을 다시 보기로 했다고 말을 하니, 잘할 수

있을거라고 격려를 해주더군요. 자기 경험을 이야기해주면서, 재수할 때는 방석이랑 머그컵이 꼭 필요하다면서

사주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친한 사이에 얼마든지 해줄 수 있는 선물이었는데요. 그 당시엔 그 마음 씀씀이가 어찌나 고맙고

고마웠던지.... 사실 제가 짝사랑했던 그 여자애는 저한테 털어가기만 하고 주는 건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

그것때문에 더 감동했던 것인지.. 여튼 힘들 때 위로해주는 그 선배가 너무 고마웠습니다.

 

사실 이 선배는 정말 착했어요. 순진하다고 할까, 순수하다고 할까. 항상 웃는 모습도 좋았구요. 그렇게 격려의

선물을 받은게 너무 고마워서, 그녀 생일에 저도 선물을 했었거든요. 목걸이였는데, 악세서리 치곤 그렇게 비싼 건

아니었답니다. 10만원이 조금 넘는 정도..? 그런데 나중에 그 목걸이 가격을 알게 된 선배가 저한테 그러더군요.

자기가 갖고 있는 악세서리 중에 이렇게 비싼 건 없다고, 차라리 환불하고 그 돈으로 자기 수업 교재를 선물해 주고

남은 돈으로 같이 맛있는거 먹자고. 그랬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 전 정말 그런 생각을 하는 그녀가 특별하다고 느꼈어요. 정말 그런 점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하나 있었죠. 바로 그녀가 남자친구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군대에 있는..ㅋㅋ

 

그 당시 저는 그녀를 내 여자로 만들고 싶다..갖고 싶다.. 라기 보다는, 그냥 소중하게 대해주고 싶고, 항상 즐거웠으면

좋겠다 하고 바랬었거든요.. 그 땐 순진해서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너무 좋아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괜히 제가 감정을 드러내면 곤란해 할까봐 좋아하는 내색은 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재수를 시작했는데, 역시 잘 되지 않더군요. 다른 대학에 가고싶어서가 아닌, 지금 다니는

대학이 싫어서 도망쳐 온 것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지요. 그냥 일년동안 연애만 죽어라 했습니다.

사실 연애도 아니고, 그냥 여자 후리기였지요. 참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짝사랑에 대한 복수심이었다고 할까요?

나도 똑같이 해준다 뭐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 땐 양다리가 아니라 네다리 다섯다리도 걸치고 살았습니다.

당연히 공부는 안했고, 그렇게 수능을 치고 (당연히 망했습니다) 엄청난 좌절에 빠졌습니다.

 

지난 일년에 대한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오더군요. 단순히 수능을 못본 것 때문이 아니라, 한 여자 때문에 대학 1년을

망치고 그것 때문에 재수를 하고, 또 재수 1년까지 망쳤으니, 제가 참 병신같고 쓰레기 같고. 그랬습니다^^;; 사람들

보기도 부끄럽고, 자신감도 바닥까지 떨어졌고, 진짜 정신병자처럼 한동안 지냈습니다.

 

그러다 결심했죠. 군대를 가기로 말이지요. 아직까지 지리하게 남아서 날 괴롭히는 짝사랑에 대한 기억들, 떨어진

자신감, 이런 것들을 떨쳐내고자 주저없이 특기병에 지원을 했습니다. 그 때가 04년 초봄이었죠.

 

잠수탄 채로 미친듯이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몇달 보내고, 그렇게 어느정도 마음을 추스르고 나니, 그녀 (선배)가

보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나 재수 실패해서 군대가요, 하기 자존심 상했지만 보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더군요.

그렇게 입대하기 약 한,두달 전쯤 그녀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죠. 입대하기 전에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제 처지가 병신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말았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 감사합니다. 지금부터 진짜 본론이니 조금만 더 읽어주세요^^)

 

그리고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그 선배한테 연락이 오더군요.

 

자기가 졸업하기 전에 외국(일본) 여행을 다녀오려고 하는데, 같이 갈 사람이 마땅치 않다고, 같이 갈 수

있느냐고 묻는겁니다. 

 

그 때 심장이 덜컹했죠. 뜬금없이 외국이라니요. 

일단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혼자서 막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렇잖아요. 애인도 아니고, 동성도 아닌데 국내 해수욕장 가는 것도 아니고 단 둘이 외국이라니요. 그것도

4박5일로 말이죠(물론 패키지 상품이긴 했습니다만).

 

제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그런 말 하기 어렵지 않나요? 뭐 물론 어렸을 때 부터 놀대로 놀아 발랑 까진

기집애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자랑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제가 다니던 학교는 나름 일류대라고 할 수 있는 학교

였고, 같이 지내본 결과 그런 남자에 개방적인 여자는 결코 아니였습니다.

(뭐 이것도 제 착각일 수 있지만요..)

 

그래서 혼자 막 고민했죠. ㅋㅋ.. 대체 이 여자가 무슨 생각으로 나하고 같이 여행을 가자는 것인지? 우리가 참 친하긴

했지만 그래도 학교 선후배라는 관계 안에서였으니까요. 혼자서 이리 고민 저리 고민해 보다가, 결국 같이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출발일이 불과 일주일 남았었는데, 여권이랑 비자도 없었거든요. ㅎㅎ 지금에야 여권이 금방 나온다지만,

당시에는 보름을 기다려야 했었답니다. 게다가 전 군 미필자여서 절차가 복잡했구요. 그 때 정말 제 생애 가장 신속

하게 일처리를 했던 것 같네요 ^^ 여권도 급행루트(한마디로 담당 공무원한테 얼마 주고 1박2일만에 발급받는 겁니다)

타고 발급받고, 비자랑 해외여행 허가서?인가 그것도 발급받고, 5일만에 다 처리했었지요. ㅎㅎ

 

그렇게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정말 두근두근거렸죠. 괜히 멋진 모습 보이고 싶어, 일본어 회화 책 사다가 하루 전에

독파했습니다. 정말 그때만큼 제 머리가 풀가동한 적도 없었던 것 같네요 ^^;; 그 때처럼 공부했더라면 수능 수석도

했었겠죠...ㅋㅋ

 

여튼 전 솔직히 기대를 하고 갔습니다. 사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요? 좋아하던 사람이랑, 세상천지 아무도 아는

사람 없는 외국에 단둘이 가는데, 무언가 썸씽을 기대하고 가는 건 당연하겠죠.

 

정말 가서 고백이라도 시원하게 하고 입대하려 했는데, 일본행 비행기 안에서 마음을 접었지요.

그녀는 이륙하자 마자 꾸벅꾸벅 졸았는데, 그거 아실 지 모르겠습니다. 고개가 서서히 기울면서 제 어깨쪽으로

다가올 때 느끼는 두근두근함.. ㅎㅎ 제가 너무 순진했던 건가요?

 

그녀가 제 어깨에 기대기를 두근두근하며 기다렸었는데, 제 어깨에 머리가 닿으면 바로 고개를 들고, 또 닿으면

또 고개를 바로 하고, 그러더군요. 사실 지하철에서도 몇번 왔다 갔다 하다가 옆사람 어깨에 기대버리게 되잖아요.

근데 비행기 타고 가는 내내 끝까지 제 어깨에 기대지 않더군요.

 

사실 이것도 생각해 보면, 제가 그냥 피곤하면 내 어깨에 기대서 자라고 하면 되는거였는데, ㅎㅎ 전 너무 그녀를

성스럽게 생각했던건지. 그런 말도 하지 못했답니다. 

 

더 바보같았던 건,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아 이 누나는 나한테 마음이 없구나' 라고 생각했던 거죠. 사실

그런 단편적인 부분으로 판단하는 게 아닌데.. 글 쓰면서 참 부끄럽네요.. ㅎㅎ 여튼 그 이후로 고백하려는 의지가

한풀 꺾여서, 결국 여행 내내 고백은 못했습니다. 그러고 그냥 집에 왔죠. 정말 4박5일동안 거짓말처럼 아무일도

없었답니다-_- 손도 못잡았어요 ㅠ.ㅜ

 

게다가 여행 이틀째인가, 일본 시내를 구경하다가 장동건이었나 강동원이었나.. 포스터가 붙어있더군요. 그걸

보고 그녀가

'xx 참 잘생겼지 않니? 내 이상형이야'

라고 말한 것에 삐쳐서, 하루종일 말도 안하고 다녔었지요 -_- 지금 생각하니 얼굴이 빨개지네요.

뭐가 그렇게 소심했었는지. ㅋㅋ

 

그렇게 여행에 돌아와서, 별 소득도 없고, 나중에 남자친구한테 걸리기까지 해서, 큰일이 날 뻔도 했지요.

(남자친구가 제 집까지 찾아왔었는데, 그 선배가 말려서 도로 돌아갔었어요 ㅎㅎ)

 

그렇게 전 입대를 했고, 그녀는 졸업을 하고 취직을 했습니다. 남자친구는 제대를 했고, 아직까지 잘 사귀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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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대한 지도 2년이나 지났고, 그 사이 몇 번의 연애를 하고, 그녀와는 멀어지게 되었지요. 전 공부하느라 바쁘고,

그녀는 직장에 다니느라 바쁘니까요.

 

이제는 쑥쓰러운 추억으로 남았지만, 지금도 그녀 생각을 종종 합니다. 그녀처럼 착하고 순수하고.. 그런 여자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사실 전 궁금합니다. 그 때 그녀가 나를 어떻게 생각했었는지를 말이죠. 혹 제가 기회를 놓쳐버렸던 것이 아닐지.

 

지금에야 그 당시 그녀가 남자에게 같이 여행을 가자는 말의 의미를 모를 정도로 순진했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그 때 그녀의 나이 스물 다섯(넷인가?) 이었는데, 그걸 몰랐다는 것도 이상하기도 하고요. ㅎㅎ

 

설령 제가 남자로 안보였다고 하더라도, 외국을 같이 가자고 하는 게 정상은 아니니까요. ㅎㅎ

 

 

뭐 언젠가, 제 마음이 완전히 정리가 되면 한 번 물어 볼 생각입니다. 그 때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 여행을 가자고

했었는지. 그 때가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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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긴 글 읽어주셔서 굉장히 감사드립니다. 사실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 한 분이라도 있을까 의문이지만요..^^;

 

오늘 우연히 그녀를 만났답니다. 한 일 년 만에 보는 것 같네요. 그동안 잊고 살다가, 이렇게 다시 만나니

옛날 기억들과 함께 감정까지 살아나는 것 같더군요. 

 

덕분에 기분이 꽤나 센티멘탈해져서, 이렇게 술 한잔 마시며 처음 써 보는 글을 올립니다. 아직 아무에게도

이 말을 한 적이 없으니, 아는 건 저와 그녀, 그녀의 남자친구 뿐이겠지요. 그들이 이 글을 안 보았으면 좋겠네요. ㅎㅎ

 

여러분들이 생각하기엔 어떠하신지요?

 

그 당시에 전 실수를 했던 것일까요? 그녀의 감정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요?

 

이미 지난 이야기지만,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는 제 사랑 이야기가 어떻게 들릴지.. 궁금하네요.

 

댓글 좀 달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데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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