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너무 답답해서 몇글자 끄적여 봅니다.
3년전 그녀가 21살이고 제가 22살이던 시절에 대학교에서 CC로 만나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학교도 같고 사는 지역도 같고 종교도 같으며 집안 수준도 비슷하고 외모마저 비슷해서 너무 좋았었습니다.
여느 커플과 마찬가지로 좋아했고 행복했고 많이 사랑하기도 했고 많이 싸우기도 헤어지기도 하며 3년의 시간을 지냈습니다.
헤어지고 다시 만나며 그렇게 3년을 지내니 학교에서도 어느덧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공식커플이 되어갔고
집안끼리도 왕래가 조금씩 생기며 가까워졌습니다.
그간 여러 여자를 만나면서 오래 정착하지 못하다가 한 여자를 진득이 3년 가까이 만나는 저를 보며 친구들도 놀라워했고
제 주위에 여자라면 질색을 하시던 저희 어머니도 그녀를 조금씩 인정해주시기 시작했습니다.
항상 좋은건 아니였지만 둘다 3년간 반경 500미터 밖으로 (전 자취 그녀는 기숙사) 떨어진적이 방학 외는 없기에
싸워도 서로 얼굴 마주치면 머쓱거리며 풀리더군요 , 사람이 사람 얼굴 본다는게 참 무서운거 같습니다. 미칠듯이 화내고
권태기에 그녀가 지겨워 질떄도 만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올해 둘다 처음으로 휴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 계속 서울에 남아 학원을 다니며 공부하고 그녀는
유학준비할겸 집 근처서 돈도 벌겸 지방의 집으로 내려가게됬구요. 그 생활이 4달째 입니다.
그녀는 그녀나름대로 알바에 유학준비에 정신없고 저도 저 나름대로 알바에 자격증공부를 하다보니 서로 점점 뜸해지고
멀어지는거 같네요 얼굴은 못보고 전화통화로만 이루어지는 대화는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고 서로에 대한 그리움과
보기 힘든 현실 ,, 그녀의 장기간 유학에 대한 불안들 때문에 괜히 초초해하며 그녀에게 화를 내는 제 모습이 불과
얼마전이였습니다. 요즘은 그마저도 서로 포기한듯 서로 할일만 바쁘고 연락도 잘 안하게 되네요
3년간 항상 여자친구끼고 다니며 지낸탓에 다른 여자 둘러볼 틈도 없었는데 여친이랑 떨어지고 새로운 알바 시작하면서
전에 없던 여동생이나 누나들도 생기고 술자리나 식사도 잦아지고 지난 3년간 여친외에 다른 여자랑 술이나 밥을 먹어본 적이
단체로 엠티나 회식외엔 없었는데 이런 기회가 생기다보니 호감가는 여자들도 한둘 생기더군요..
이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서 제 마음을 몹시 흔듭니다.
친구들은 농담 삼아 말합니다 3년이나 사겻는데 유학가는 여친 놓아주고 갈아탈때도 되지않았냐고
근데 그녀는 제가 놓치기에 저한테 너무 과분한사람입니다. 키는 좀 작지만 누가봐도 이쁘다 말할 정도고 공부도 잘하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너무 깊은 사람입니다. 요즘 같은 때에 보기힘든 여자인데
제가 제 마음이 그녀를 원하지 않는것같습니다. 그녀의 사람됨과 배경을 아쉬워 할지언정 그녀 자체에 미련을 갖지
못하고 있는거 같습니다..
오는 전화 받고 ... 사랑한다는 문자에 건성으로 대답하며 끝끝내 빈껍데기 같은 관계를 유지 시키려는
제 자신이 비겁하게 느껴집니다.그리고 그녀를 진정 사랑하는지 아니면 그녀에대한 미련을 사랑해서 못 버리는지
내 마음조차 정확히 모르는 내가 한심합니다.
그리고 3년이란 시간을 내가 첫사랑이라며 날 믿고 바라봐준 그녀에게 하루하루 죄짓는거 같아 미안합니다.
김제동씨 어록에 보면 사랑은 택시같아서 오랜 시간 온 만큼 내릴때 많은 요금을 내야한다던데
3년이란 시간을 달려온 저는 용기없는 제 지갑을 보며 여기서 내리는 것이 맞는지 계속 가는것이 맞는지
머뭇거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