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동안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대빵거북왕 작성일 19.03.21 20:2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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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졸업 후 지방의 한 회사에 취업을 했고 거기서 여자친구를 만났습니다. 

제가 술, 담배를 안하고 그저 묵묵히 일만해서 호감을 가졌다고 하더라구요.

제대로 된 연애, 사랑은 첨이라 많이 낯설었고 그 친구도 어려서 그랬는지...연애 초반에 헤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너무 좋아해서 그 친구를 다시 붙잡았고 5년이란 세월동안 잘 지냈고 결혼도 생각했지만 결국 이별이네요.

2년정도 회사를 다니다가 야근과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몸도 마음도 지쳐서 회사를 그만두고 공시를 준비했습니다. 

 

공시준비를 하는동안 여자친구도 지방의 공장으로 이직을 하게되고 장거리 커플이 되었습니다. 

장거리 연애를 3년동안 하면서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맞다는게 느껴지더군요.

처음에는 스케쥴 근무라서 낮밤이 바껴서 그런가 했는데..점차 연락도 확 줄어들더군요...

그래도 만나면 행복했다고 생각했는데..그래서 버텼는데...제 생각이었나 봅니다.

중간중간 결혼에 대한 이야기, 취업이야기,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결국 헤어진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요건과 지인들이었던거 같습니다.

 

오늘 헤어지면서 들었던 가장 가슴 아픈말이 남들처럼 평범한 연애를 하고 싶다는 거였습니다.

남들처럼 연애했는데...그 말을 듣고 대체 내가 뭘 그렇게까지 못해줬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여자친구가 하는말에 저 말을 결국 못했습니다.....

여자친구가 말한 평범한 연애는 남들이 보면 별거 없긴 했지만 저는 해줄 수 없는거였거든요.

장거리 연애동안 공시를 준비하는 제 처지에 차를 살 수가 없었는데...차로 데려다주고 데리러오고...

다른 연인처럼 이제는 자기도 비싼 선물 할 수 있으니 돈 백만원되는 비싼 선물을 서로 받아보면 좋겠다고 말을 하더라구요...그리고 주변사람들이 다 헤어지라고 그 남자는 미래가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3년간 공부하면서 처음보다 살이쪄서 살을 빼라고 했는데 그것조차 안하고 아무런 변화를 못 봤다고, 그래서 자신도 더 이상 못기다리겠다고...

그러면서 더이상 만나도 행복하지도 좋지도 않다고 합니다...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가 않는다네요. 그래서 제가 공시에 합격해도 결혼 할 맘이없다고...그래서 결국 헤어지자네요.

 

5년간 연애하면서 어떻게든 데이트비용 부담 안되게했고 기념일마다 못챙겨줘서 서운하지않게 20~30만원정도의 선물도 꼬박꼬박 해줬습니다. 어딜가든 무엇을하든 만나서 먹고 싶은거, 하고 싶은것이 무엇이든 그 친구에게 맟춰줬고 배려해줬다고 생각했는데...헤어지자고 할땐 잡고 싶었는데 이유를 들으니 무너지더군요.

 

저희집이 금수저는 아니지만...늦동이로 제가 태어나서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고 태어났습니다.

30살 전까진 저를 이렇게 아껴주신 두분 나이드셔도 행복하게 사시라고 도움을 안받고 결혼도 취업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취업도 하고 지방의 대학교를 다닐때도 전체 장학금은 못받아도 3분의1 장학금, 국가장학금, 학교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다 찾아 받아가면서 다녔습니다.

처음으로 공시준비하면서 작년에 헤어지자는 뉘앙스로 여자친구가 미래에 대해 그리고 결혼에 대해 이야기할때 부모님이 물려주실 재산에 대해 말도 했습니다. 부모님께 미안하고 송구했고 제 자신에게 구차했지만...잡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공시도 포기하고 그냥 취업해서 취업만하면 결혼하자고...우리 부모님이 그래도 결혼준비는 도와주신다고...

부모님에게도 정말 죄송했지만 말씀드렸더니 5년 연애동안 저의 이런 상황을 이해해주셔서 시골에 땅을 조금 팔아서라도

도와주신다고 하셨는데...그런데 결국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저의 말이 믿음이 안갔나봅니다. 

제 스스로의 경제적 요건이 가장 큰 이별의 이유가 될 줄 몰랐네요...더 열심히 살아야 했나봅니다.

 

27살 벚꽃피는 봄에 그 친구를 만나서 5년간 연애했지만 결국 벚꽃피는 봄에 헤어지네요.

슬프지도 않습니다. 그냥 마음이 뻥 뚤린거 같이 공허하네요. 작년부터 만날때마다 사랑을 받는다는 느낌이 점차 사라지는걸 느껴서 그런걸까요...아무 생각이 안듭니다...첫날이라 그런걸까요.ㅎㅎ

괜시리 집에와서 주저리 주저리 긴글을 써봅니다...글을 쓰다보니 항상 여자친구의 사진으로 카톡 프로필을 해놨는데 내렸더니 동네사는 가장 친한 친구가 퇴근하면서 뭔일있냐고 눈치 없이 묻길래...술 못하는 저에게 술 한잔 하자고 해서 나갑니다...

 

오늘 짱공유 회원가입일이 문득 궁금해서 찾아보니 17살 고딩때 가입해서 15년이네요.. 가끔 재밌는글, 슬픈글, 연애상담글 등등 가끔와서 보고 눈팅만 하면서 이별은 내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그날이 오늘이 되었네요.

마지막으로 위로를 받고 싶어서 적은 글은 아니지만 공시준비하면서 중간중간 힘든일도 많았는데 오늘은 그냥 심장과 뇌에 핵폭탄을 맞은 그런기분이라 그런지 멍하네요.

짱공 형님들!! 더 좋은 사람 만날 거라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죠? 생각안나도록...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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