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참 갑갑하네요

고동감마 작성일 25.01.13 15:57:34 수정일 25.01.13 15: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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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짱공 형님, 누님들. 17살에 파릇파릇한 청년으로 짱공을 처음 시작했던 제가 벌써 30대 중후반의 아재가 되었네요. 나이를 먹는다는 게 참 묘한 일입니다. 생각도 많아지고, 사람을 만나는 일도 힘들고, 말과 행동이 나이의 무게만큼 더 조심스러워지네요.

제가 해외에서 청년부 생활을 한 지도 10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아직 청년부에서 임원직을 계속 맡아주길 바라는 분들이 계시지만, 이제는 장년부로 옮겨야 할 마지막 해가 다가왔습니다.

 

사건은, 1년 전에 새로 오신 자매님이 있는데, 저보다 4살 어린 분이에요. 요즘 보기 드문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분이고, 눈도 정말 아름다우신 분이죠. 첫눈에 반했다기보다는, 처음부터 호감이 컸던 것 같습니다. 교회를 다닌 후 처음으로 마음이 가는 분을 만났는데, 저도 나이가 있다 보니 이제는 결혼을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나이를 먹고도 청년부에 남아 있는 제 모습이 부끄럽기도 해서, 마음이 급할수록 천천히 상대방을 알아가려 노력했어요.

 

그런데 오늘, 오랜만에 청년부 친구와 커피를 마시면서 그 친구에게 그 자매님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10개월 만에 그친구한태 처음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친구가 조심스럽게, 그 자매님에게 최근에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말하더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차라리 데이트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했더라면 이렇게까지 후회하지는 않았을 텐데... 너무 답답하고 씁쓸한 마음에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더군요. 이게 기회가 왔을때 기회인지를 알았다면 덜 후회 했을텐데 아마 나이도 나인지라 생각이 너무 많았던것 같아요.

 

같이 다니던 친구는 결혼하고 아이도 낳아 장년부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며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혼자 살다가 여기저기 떠돌며 외롭게 죽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만 조급해지는 상황입니다. 아무 여자나 만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린 친구들을 만날 수도 없고요. 30대 초까지는 연애를 잘하다가 30대 초반 이후로는 아무도 안만나는 상황입니다.

 

해외에 살다 보니 여기는 학생들이나 싱글들보다는 가족 단위로 정착해서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한인들을 만나기도 어렵고, 동호회나 소개팅 요청을 해도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가족 단위로 얽혀 있어 힘든 상황이에요. 그렇다고 모든 걸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자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이는 계속 들어가고, 주변에서는 보이지 않는 압박을 느껴지고. 이렇게 살다가 외롭게 죽는게 무섭기도하고 한편 내가 이럴라고 해외서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했나? 하고 자괴감이 밀려보기도 합니다. 물론 싱글 라이프가 나쁜건 아니지만 제꿈이자 목표는 가정을 이루려고 열심히 살아왔던 사람인지라

이렇게 외롭고, 급할수록 천천히 기다리며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면 좋은 인연이 올 거라고 생각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압박감이 심하게 몰려옵니다.

 

제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지, 만약 형님 누님들이 제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처할지 구체적으로 조언해 주실 수 있나요?

 

길지도 짧지도 않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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