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 첫 공개

잭바우어24 작성일 07.01.28 15: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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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군내 사건, 사고에 대한 군당국의 수사가 과거보다 많이 과학화됐습니다. 과학수사의 첨병이 국방부 조사본부(구 합동조사단) 과학수사연구소입니다. 과학수사연구소의 전모를 처음으로 단독 취재했습니다. 아래는 관련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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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탄두(彈頭)는 사망자의 소총에서 발사된 것이 맞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국방부 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 총기화재과 실험실. 임봉환 총기화재 과장은 현미경으로 세심하게 탄두를 들여다본 뒤 이같이 말했다.

최근 모 사단에서 A 이등병이 총탄이 두부(頭部)를 관통한 상태로 사망한 채 발견됐는데 자살인지 타살인지 가리기 위해 총탄 탄두가 사망한 병사의 소총에서 발사된 것인지, 다른 사람의 소총에서 발사된 것인지를 확인한 것이다.

앞서 실험실 아래층에선 물이 가득채워진 ‘탄두 회수 챔버(chamber)’에서 A 이등병과 다른 병사의 소총 등 7정의 소총으로 실탄을 쏘는 실험이 이뤄졌다.

각각의 소총에서 발사된 총탄 탄두는 지문처럼 서로 다른 흔적이 남아 어느 사람 소총에서 발사됐는지를 알 수 있다.

물 속에서 실탄은 30~60㎝ 이상 날아가기 힘들기 때문에 ‘탄두 회수 챔버(chamber)’는 작은 공간에서 안전하게 총기발사 실험을 할 수 있는 첨단장비.

2004년 도입된, 국내에 한 대 밖에 없는 최신 장비다.

사망한 병사의 총탄이 사망자의 소총에서 발사된 것이 확인됐다고 자살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이 사망자의 소총을 뺏어 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 명확하게 판단을 내려주는 것이 ‘총기발사 잔여물’이다. 임 과장은 “총기가 발사될 때 극히 적은 양의 ‘총기발사 잔여물’이 총을 쏜 사람의 손등에 남는데 이를 통해 누가 총을 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최신 장비는 지난 2005년 6월 김동민 일병의 총기 난사로 8명의 장병이 숨진 경기도 연천 전방소초(GP) 총기난사 사건 때 김 일병이 범인임을 밝혀내는 데 결정적 증거물을 제시했다.

지난 98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서 발생한 김훈 중위 사망사건이 총기 감식 능력 등의 부족으로 자·타살 논란을 증폭시켰던 데 비해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룬 셈이다.

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는 “과학적인 수사로 군내 사망사고에 대한 민원제기가 2002년 17건에서 2004년 3건, 지난해 1건으로 크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수사연구소의 최신 지문감식 장비와 거짓말 탐지기, 문서검증 장비도 과학수사 수준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05년 7월 강원도 동해시 육군 모부대 해안초소에서 K-1, K-2 소총과 실탄 30발, 무전기 등을 탈취당한 사건의 범인들은 연구소의 지문감식팀 활약으로 잡힌 것이었다.

이희일 지문감식관은 “범인들이 탄 차량이 통과한 톨게이트에서 회수한 통행권 25매를 대상으로 닌히드린 용액을 사용, 이중 8매에서 지문을 찾아내 범인검거에 결정적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닌히드린 용액에 종이나 수표, 신문지, 카드 매출전표 등을 담그면 인체 분비물인 아미노산과 반응해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잠재지문이 나타난다.

연구소의 모세관전기연동잉크분석기는 1000조의 1g까지 성분을 분석, 유서 분석 등에 활용되는 첨단장비다. 미 FBI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국내에선 연구소 것이 유일하다. 거짓말탐지기를 맡고 있는 박판규 과장은 이 분야에서만 20여년간 활동하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관련 전문서적을 쓴 베테랑이다.

시대적 요구에 따라 군에서 연구소를 찾는 일은 폭증하고 있지만 인력과 예산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연구소의 이재천 감식부장은 “현재 연구소에서는 30여명이 연간 약 30억원(인건비 포함)의 예산으로 일하고 있다”며 “군내 각종 사건·사고의 예방과 신속한 해결을 위해서도 과학수사에 대한 관심이 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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