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년이 지났군요.
2001년 2월 102보충대에서 눈물이 그렁그렁해가꼬 부모님 계신 쪽에 경례를 하고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만 같던 길을 떠난 것이...
정말 어린아이였어요.. 입대하기 전엔 말이죠.
입대하고 나서도 하늘만 바라보면 어른거리는 얼굴은 당시 3개월 만났던 여자친구 얼굴뿐이었으니까요..
100일휴가때도 그랬어요.
속초에서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달려간 곳은 꽃집이었습죠..
여자친구에게 건네줄 100송이의 장미를 들고 강남역에서 만난 얼굴이 그리도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지요.
4박5일내내 잠도안자고 놀았어요. 겨우 첫날 저녁이나 아침밥만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었어요.
(부끄럽네요... 철 없던 내 어린 시절..ㅋㅋ)
그렇게 어리고 철없던 제가 제대할때가 가까우니,
결국 생각나는건 부모님이더란 말입니다.
내가 잘해야겠다. 더이상 속썩이면 안되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군대가 내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할 정도로 저는 다른사람이 되었습니다.
흔한일이지만 복학 후 장학금도 받고, 열심히 했었습죠..ㅋ
그래도 부모님이 말씀은 못하셔도
항상 학교문제로 상심이 크셨던 부모님..
사실 나쁜친구들과 어울려서 공부를 못한건 아니었어요.
제가 하기 싫어서 자연히 공부와 멀어지다 보니 놀기 좋아하는 친구들과 어울렸던 거지요.
제대하고 가장먼저 하고싶었던건 부모님이 원하시는 일을 성취해드리는 거였습니다.
역시 부모님은 제가 잘되는 것이 1순위로 원하시는 일이더라구요.
그거 참 눈물나는 일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저는 몰랐어요. 제대해서 잘해드려야지 하고
"제가 뭐 해드리면 가장 좋으실 것 같으세요?"
하고 여쭤봤더니
"니가 무슨일을 하든 열심히 해서 잘 되는게 내가 가장 원하는 일이다"
제가 무슨 할말이 있겠습니까.
열심히 공부했지요 어째저째 편입이란 것도 해보게 되고,
한번의 실패, 한번의 성공의 기쁨이란 것도 맛보게 되었어요.
열심히 놀고, 열심히 공부했어요.
학생이니까... 학생의 본분을 다 하는게 부모님을 제일 기쁘게 해드리는 일이었으니까요.
장학금 150만원을 받아온 아들에게 환한 미소로 그건 네가 열심히해서 받은 돈이니 니가 써도 좋아
라고 하시는 부모님께... 전 더 큰 기쁨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만 갔드랬습니다.
참 군대라는 게 사람을 많이 변하게 하는 것 같아요.
남녀사이에 군대문제로 개념없는 소리 하는 여자애들 보면 가끔 울화통이 터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군대를 갈 수 없는 여자들이 불쌍하기도 해요.
그런 소중한 경험은 여자는 할 수 없으니까요.
돈주고도 하지못할 그런 값진 경험을 여자라는 이유로 할 수 없다니....
때론 위험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에겐 과시하고픈, 내세우고픈 소중하고 값진 추억이니 말이죠.
물론 군대에서 아픈 경험 하신분들, 정말 너무나도 괴로웠던 분들께는 이런 제 마음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요.
참 얻을게 많은 게 군생활인것 같아요.
힘든만큼 즐겁고 괴로운 만큼 얻을 게 많은 곳으로 만드는 건...
자기 몫이 아닐까요?
괴롭고 힘든일도 시간이 지나가면 잊혀지는 만큼,
군생활도 다 지나가고 나면 즐겁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길 수 있을겁니다.
그러니까 내가 더 빡시게 군생활 했다. 뭐 어쨌다 뻥도 섞어가면서 즐거운 술자리도 갖죠. ㅋㅋ
남자분들, 그러고 보면 군대 한번 쯤 다녀올만한 곳 아닌가요?
근데 예비군 훈련은 정말 귀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