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시간은 흘러가고 조금씩 짬먹어가면서 변하는것들을 느껴가는게 군생활의 묘미 아닐까요...
일병때 병장이었던 고참 하나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오르네요...
"난 말야...짬 먹어가면서 하나하나 해야하는 일들이 줄어간다는게 참 좋았어... 너도 지금 당장은 억울하기도하고 힘들기도하고 하겠지만 나중에 가면 다 좋아지니 조금만 참아라..."
웃기지만 군대가시면 이등병이 해야할 일...일병이 해야할일...상병이 해야할일...등등이 다 나눠져 있습니다...또한 각 호봉에 따라서도 달라지구요... (예를 들면 일병 막내는 아래 후임들, 윗 선임들 다 챙겨야하고 일병 말호봉은 내무실 일들을 일괄 지휘해야 하며 상병 꺽이면 내무실 군기 담당으로 제일 무서운 위치가 되고... 청소때는 계급에 따라 할 일들이 나눠지는 등등...)
짬먹어가면서 자신이 했던 일을 다음 후임에게 넘기게 됩니다... (다들 밑에 후임에게 일을 넘기면서 '아...이제 내가 안해도 되는구나!' 하고 안도하셨던 기억들 다 가지고 계시죠?^^)
계급에 따른 일종의 권한 행사라고 좋은 말로 표현하죠...^^ 그대신 밑 후임들을 관리해야는 의무 또한 높아지게 됩니다...
"앞으로 내가 짬먹으면 난 정말로!!구타나 욕설같은거 안하고 자상한 선임이 되야지... 후임들 절대 안갈구고 힘든일은 같이 도우며 괜한 짬같은거 내세우지 않아야지... 이런 부조리들을 없애서 좀더 바람직한 군대를 내가 먼저 만들겠다!!! ㅡㅡ;; "
저도 물론 그랬습니다... 왜이리 선임들이 이렇게 못살게 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설움만 북받쳐 올랐었죠...
하지만 짬먹어가면서 하나하나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군대 첨 들어오면 달라진 생활, 사회있을때와의 이질감, 스트레스,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그에 따른 서러움등으로 한참 고생하게 되는데... 이때 맘을 다잡게 만들어주는게 그들의 몫이었던 겁니다...
힘들겠지만 어차피 2년동안 생활해야 할 곳이라는것... 조금더 빨리 적응하고 군생활을 익혀야 한다는것... 처음부터 헤이해져서 어리버리 되다보면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그가 속해있는 분대, 소대, 중대가 같이 고생하게 된다는것... 군대는 단체 생활이기에 한사람 때문에 전체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되면 안된다는것... 그래야 바람직한 군생활을 할 수 있다는것을 그들은 먼저 와서 알고 있었기에 후임들에게 더욱 모질게 했었다는것을요...
웃기지만 인간이란 동물은 저렇게 모질게 하지 않으면 도통 헤이해져 버립니다... 여기가 군대란것도 잊어버립니다... 무슨 보이스카웃 캠핑이라도 온것인 마냥 헤이해져 버립니다... 지금 군대 현실이 비슷해져 가고 있죠...^^
하지만 짬없을때 그렇게 다짐다짐했던 것이 막상 후임들을 맞게 되면 와르르 무너집니다...
어리버리,우물쭈물, 건들건들, 뺀질뺀질...ㅡㅡ;;
어리버리, 우물쭈물 이야 나도 그랬고 자대 배치 받으면 온 세상이 다 모르는것 천지니 당연하다 이해합니다...물론 자기 자신도 첨에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요즘 신병들은 다릅니다...(물론 다 그렇다는건 절대 아니에요....^^;;)
부모들의 절대 과잉보호 속에 귀하디 귀하게만 자란 완전소중 우리 신병...(엄마 보고시포) 찬란한 유흥문화, 뺀질 하나만으로 인생 살다왔다!..절대가무! 완전뺀질 우리 신병... 욕듣기 싫다...맞는것도 싫다...날 그냥 내버려 주삼...건들면 찔른다...완전건들 우리 신병...
참... 우리는 여기서 미쳐버리게 됩니다... '저넘들은 과연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는거냐...' '얼마나 만만하게 생각하는거냐...여긴 니네가 생활하던 사회가 아니거든요???' '어째 들어오자마자 병장할려고 하는거에요???'
자신에 예전에 고생하던 보상심리? 보복심리? 이런거 중요치 않습니다... 일단 저런넘들...개념 하나만큼은 확실히 해주고 싶은겁니다...바로 그런거였습니다...
여러분 군대가 뭡니까... 재수없는 북한 노동당 이넘들 여차해서 전쟁 터지면... 상명하복!!! 철저한 위계질서 아래 목숨을 걸고 전투를 해야하는... 왜 내가 젊디 젊은 시절에 이곳에 와서 전투모를 쓰고 총을 잡고 훈련을 해야하는지... 확실한 개념 정도는 가져야 하는곳...그만큼 군기라는것이 바로서야 하는곳 아니었습니까...
하지만 지금은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는것 같습니다...
사회에서와 똑같이 모든걸 이해해주고 자상히 보살펴주고 좋게 좋게 넘어가려고 애쓰고... 그러면 그게 군대입니까...이것도 저것도 아닌 웃기는 당나라 부대겠죠...
정말 말도 안되는 구타, 마구잡이 욕설, 부당한 각종 부조리까지 옹호하는것은 절대!!아닙니다... 하지만 군기를 위한 어느정도의 욕설, 구타정도는 군대에서는 필요악이라고 생각하는겁니다...
요새 이등병이 이등별님이 됐다고 하지요... 우리가 어렸을때 어른들의 말씀이 이해되지 않았던것처럼... 짬없을때 고참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당연하지요...
왜 욕하고 때리고 지랄이냐...말로하면 되지... 지금은 이해못하겠지만 나중에 자기가 짬을 먹어보면 당연하게도 이해하게 됩니다...
제가 전역할 즈음 포대장님과의 대화에서...그러시더군요.... 부모들이 부대에 전화해서 들볶는 바람에...군기라는것을 새워줄 수가 없다고... 우리아들이 힘들단다...힘들게 하지마라...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그렇게 대우하냐...등등... 신병들 그렇게 개념없이 해도 엄하게 할 수가 없답니다...
이게 군댑니까!!!
여하튼 좀 생각해볼 문제네요... 그냥 문득 제 소견을 말씀드려 보고 싶었네요...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힘들게 고생했던 얘기할때마다... 참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지랄같고 힘들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랬기에 더욱 기억에 남고 자부심도 있고 자긍심도 있고.... 그런거 아니겠어요~~~~
앞으로 가셔야 할분들... 지금 고생하시고 계신분들... 사회나와서 더욱 고생하시는 분들...^^
한번쯤 생각해봅시다... 모진 고생하면서 나중에 짬대우도 못받고... 일, 이등병이 상,병장 어려운줄 모르고 군생활 우습게 보는 행태가 과연 옳은건지... 군기 유지를 위해 왜 어느정도의 욕설과 구타가 필요한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