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태풍부대 비무장지대 매복작전
서울에서 무적태풍부대 gop를 찾아가는 길은 가깝지만 험했다. 민간인 통제선을 넘어 철책 부대 근처로 가자 차량의 네비게이터는 길이 없는 하얀 지도로 바뀌었고, 지도에서 남방한계선 이북은 바다로 표시되어 있어, 우리 차량은 해안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gop가 있는 비포장도로 산 능선을 오르기 위해서는 부대에서 제공한 짚차로 바꿔 타야 했다.
가파른 산 능선을 오르는 동안 여기 저기 빨간색 ‘지뢰’ 표지판이 보이면서 비무장지대에 가까워짐이 느껴졌고, 산 능선에 삐죽이 올라온 초소에 오르자 매섭게 불어대는 바람이 불과 몇 백 미터 산 아래와는 사뭇 다르게 살을 파고들었다. (사진 1)
온도계 상으로 영하 10도지만 풍속이 초속 4m 이상이라 체감온도는 영하 15도 이하. 요즘 같은 지구 온난화 시대에 서울에서는 도통 맛* 못한 추위다.
일몰시간이 다가오자 추위와 적의 공격에 대비해 완전무장을 한 수색팀이 통문 앞에 도착했다. ‘통문’은 남방한계선 넘어 비무장 지대를 드나들 수 있는 문이자 남과 북을 나누는 마지막 철조망이다. 통문장이 투입시간을 기다리는 동안(사진 11) 수색팀은 소총 실탄, 유탄, 수류탄, 신호탄, 조명탄, 야시경 등을 재정비하는 등 dmz 안에서 밤새 있을 매복작전을 준비한다. (사진 7, 12)
수색팀이 대대장에게 통문 투입 신고를 마치자, 통문병들은 굳게 잠긴 문을 열고 먼저 달려 들어가 사주경계를 하며 엄호했고 수색대원들은 다른 장병들의 엄호와 대대장의 배웅을 뒤로 한 채 통문 안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진 13, 14) 묵묵히 뒷짐을 진 채 통문 안에서 비무장지대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수색대원들의 뒷모습이 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고 있는 대대장의 뒷모습은 전쟁터에 아들을 보내는 아버지의 뒷모습이었다. (사진 16)
매일 반복되는 수색, 정찰과 매복이지만 이곳의 장병들은 하루하루를 실전 속에서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사분계선에서 직선거리로 약 50km 떨어진 서울에 북한군이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십, 수백 번의 철조망과 온갖 바리케이드, 방어선, 무너진 다리, 하늘과 바다, 땅에서 총 동원되는 화력 공세를 뚫어야 올 수 있을까 말까 하다. 하지만, 통문을 통해 남방한계선 바깥쪽으로 나가는 수색대와 북한군 사이에는 군사분계선이라는 푯말이 있을 뿐이다. 말 그대로 북한군 코앞으로 가서 수색, 정찰과 매복을 하는 것이다.
수색대가 멀어지자, 금새라도 북한군이 들어올 것처럼 신속하게 통문을 걸어 잠근다. (사진 17) 매정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최전방에서 매복을 하고 있는 동안 통문을 비롯한 모든 철책이 굳게 잠겨 있고, 또 그걸 밤새 지키고 있는 수많은 장병들이 있기 때문에 철책 안쪽의 gop 장병들과 후방의 국민들이 안심하고 잠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 18, 19)
다시 해가 떠오르려 하고 있었고 통문이 열리자 밤새 영하 15도의 매서운 추위와 싸우며 적진 코앞에서 매복했던 수색대원들을 대대장과 김이 모락모락 나도록 덥혀진 차가 따듯하게 맞아준다. (사진 55, 56, 57, 59)
해가 떠오르고, 밤새 경계했던 철책을 다시 한 번 점검하는 장병들을 보면서 (사진 63, 64, 67, 69) 당신들의 모자란 잠과 당신들의 부라린 눈과 당신들의 다른 모든 고생 덕에 우리가 발 뻗고 충분히 잘 수 있는 거라고, 고맙다고, 수고한다고,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대원들을 안아주는 소대장처럼 (사진73) 나도 안아주고 싶다고… 중얼거린다.
글/사진: 김상훈 kish
취재지원 : 육군본부
주: 남, 북한 간에 동서로 약 250km 길이의 군사분계선이 있는데, 이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2km 떨어진 선이 비무장지대의 남방한계선이며,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2km 떨어진 선이 비무장지대의 북방 한계선이다. 하지만 현재의 남방한계선은 좀 더 북쪽으로 이동하였으며, 북방한계선은 좀 더 남쪽으로 이동해 있기 때문에 실제 비무장지대 폭은 4km가 되지 않으며 가까운 곳은 불과 2km인 곳 도 있다. 남방한계선 철책에는 일반전초라 불리는 gop (general outpost가 있고 군사분계선과 남방한계선 철책 사이에는 전진 배치된 초소인 gp (guard post)가 있는데 남, 북한 모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불과 몇 백 미터 사이에서 수색/정찰과 매복을 반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