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9일 (화) 14:00
<빼앗긴 장군기 126년만에 돌아오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1871년 어재연(1823-1871) 장군은 600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광성진에서 미국 해군과 맞서 싸웠다. 미군 전사에 '48시간 전쟁'으로 기록된 신미양요의 광성진 전투였다.
미측 기록을 보면 광성진 전투에서 조선군의 피해는 성 안팎의 전사자 343명, 백병전에서 피살 또는 투신자살이 100여 명, 포로 20명이었다. 전사자 중에는 조선군 지휘관 어재연 장군도 포함됐다. 반면 미군의 피해는 전사자 3명, 부상자 10명에 불과했다.
압도적인 화력으로 광성진을 함락한 미군은 어재연 장군의 장수기를 내리고 성조기를 내걸었다. 어재연 장군기는 이후 미국 애나폴리스의 해군사관학교박물관에 '미군의 전리품'으로 전시됐다.
이달 중순 어재연 장군의 통한이 서린 장군기가 126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온다.
문화재청은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어재연 장군기를 최장 10년간(2년간 최대 5차례까지 연장 가능) 장기대여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가로, 세로 각각 4.5m 정도에 재질은 삼베나 광목으로 추정되는 어재연 장군기는 구한말의 대표적인 수자기(帥字旗.진중이나 영문의 뜰에 세워진 대장의 군기)로 국내에도 매우 희귀한 군사자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어재연 장군기의 영구반환을 추진했으나 미국 해군사관학교 측이 관련법령과 절차상의 사유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장기 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군기는 2007년 10월15일, 16일 상태점검을 받은 뒤 19일 오후 5시께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이후 국립고궁박물관과 인천광역시립박물관, 강화박물관에서 순차적으로 전시할 계획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어재연 장군기의 장기 대여는 해외 유출 문화재 반환의 새로운 형태와 방식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으며 비슷한 시기 프랑스로 유출된 외규장각도서의 반환문제를 풀어 나가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22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어재연 장군기' 공개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