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장교 최영환(26) 중위가 병사들에게 돌린 명함. 명함에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최 중위 얼굴과 함께‘군생활이 힘들고 지칠 때 꼭 연락하라’는 문구가 담겨있다. /육군 제공
신세대 병영… 신세대 장교들 <上>
체면 벗고 병사들에 친구·형처럼 다가가
어학연수·공부 위해 월급은 50%넘게 저축
총장에 소신 발언… 부대운영에 인터넷 이용
동부전선 최전방 육군 제15사단 GOP(일반전초·前哨) 대대에서 정훈장교로 근무하는 최영환(26) 중위의 별명은 ‘유쾌한 장교’다. 그가 올해 초 만든 명함 덕분이다. 명함에는 최 중위가 우스꽝스럽게 웃는 사진과 함께 전화번호, ‘제대하고도 연락할 사람’이란 문구가 들어가 있다. 최 중위는 이 명함을 병사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그는 “힘들 땐 언제나 전화할 수 있는 형이라는 친근감을 주기 위해 만들었다”며 “내게 병사들은 지시의 대상이 아닌 귀한 손님”이라고 했다. “장교 체면에 안 어울린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아이디어 좋다”는 상급자들의 격려가 더 많았다고 한다.
신세대 장교들이 보여주는 특징 중 대표적인 것이 철저한 자기관리이다. 월급 관리가 단적인 예이다. “신구(新舊) 세대를 가르는 뚜렷한 경계선이 ‘월급 봉투’ 관리”라는 말조차 군내에 있을 정도다.
작년 초 임관해 전방 A대대에서 근무 중인 김모(24) 중위. 20개월째 월 150만원 급여 중 80만원 이상을 적금하고 있다. 그는 “내년에 전역하면 미국에 어학연수를 갈 계획인데, 그 비용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본지가 육군에 의뢰해 김 중위가 소속된 A대대와 인근 B대대의 위관급 장교 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평균적으로 월급의 50% 이상을 저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대대(위관급 장교 10명)는 평균 52.8%를, B대대(13명)는 평균 52.2%였다.
전방 부대 대대장인 한 육군 중령은 “예전엔 위관급 장교가 저축을 한다는 건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이었다”면서 “병사들 회식이나, 부대 물품 구입을 위해 주머니를 털고 나면 빈 통장만 남았다”고 말했다. 신세대 장교들도 병사들 회식이나 생일 챙기는 일은 하지만 선배들처럼 ‘내 모든 걸 바치는’ 식은 아니라는 얘기다.
육군 모 사단 항공대 헬기조종사 강모(31) 대위는 월급을 쪼개 한성대 국제대학원 국제안보전략학과를 2학기째 다닌다. 국가정책에 따라 등록금 50%를 감면받는다 해도 나머지 학비가 연봉의 10%나 된다. 강 대위는 “지금은 좀 무리하는 것 같지만, 군에 인생을 건 이상 내 미래에 투자하고 잠재력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군에는 강 대위처럼 자기 돈 내고 야간대학이나 사이버 대학에 다니는 학구파들이 적지않다.
특히 신세대 장교들은 가족과 친구는 물론, 군 부대 운영과 의사소통도 인터넷을 통하는 경우가 많다. 본지가 전방의 한 대대급 부대가 운영 중인 인터넷 카페를 조사한 결과, 지난 8~10월 올라온 게시물 440건 중 위관급 장교 12명이 올린 것이 170건이었다. 이 부대 관계자는 “병사 330여명이 올린 게시건수가 205건이고, 가족 등 민간인이 올린 게 65건인 것에 비하면 젊은 장교들이 인터넷 공간에 활발히 참여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육군의 한 장성은 “옛 장교들이 자신과 가족을 희생해 가며 국가에 충성하는 스타일이었다면 요즘 장교들은 자신이 발전하는 것이 곧 조직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문화”라고 말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