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사슈미트 에밀... 가녀린 미소녀...

슈퍼스탈리온 작성일 08.03.10 10: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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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전투기다. Bf-109E Emil. 달리 메사슈미트 Me-109E로도 불리우는 배틀 오브 브리튼 당시 독일군 주력전투기. 물론 성능만으로 따지면야 이보다 좋은 전투기는 얼마든지 있었다. 배틀 오브 브리튼의 라이벌 스핏파이어도 그렇고, 같은 독일공군의 포케불프도 그렇고, 미군의 주력전투기 P-51머스탱도 있었다. 제트전투기로 Me-262슈발베라든가, He-162 자라만다등도 독특한 디자인과 성능으로 제법 유명한 편이다. 그런데도 왜 굳이 에밀을 좋아하느냐? 딱 가녀린 미소녀 취향이라.

원래 Bf-109 시리즈의 설계컨셉은 최대한 작은 기체에 최대한 강력한 엔진을 싣는다는 지극히 단순한 것이었다. 그래서 Bf-109는 동시다 다른 전투기들에 비해서도 상당히 작은 편이다. 스핏파이어와 비교했을 때, 전장 9.1미터 대 9.4미터, 폭 11.3미터 대 9.9미터로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중량에서 각각 2890킬로그램과 1980킬로그램으로 거의 1.5배의 차이가 났었다. 그런 만큼 기체강도도 약해서, 배틀 오브 브리튼 당시 스피핏파이어가 장기로 삼는 선회전에 휘말렸다가 급기동을 견디지 못하고 날개가 부러지는 일마저 있을 정도였다. 물방울형 캐노피가 유행하기 시작하던 시대에 유독 프레임이 두드러져 보이는 각진 캐노피를 쓸 수밖에 없었던 것도 물방울형 캐노피를 달면 공간이 안 나오는 작은 기체의 한계 때문이었다. 그래서 병미인病美人, 병약한 가녀린 미소녀 메사슈미트 에밀이다. 

1930년대, 아니 그 이후로도 전투기에 실을 수 있을 만큼의 고성능 액랭식 엔진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나라는 단 둘, 영국과 독일 뿐이었다. 그래서 2차세계대전 당시 쓰인 전투기 가운데 발군의 활약을 보인 액랭식 엔진 장착 전투기는 대개 이 두 나라의 엔진을 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P-51 머스탱이 영국의 슈퍼머린 엔진을 쓰고 있고, 이탈리아의 MC-202폴고레나 일본의 Ki-61 히엔은 독일의 벤츠계열 엔진을 라이센스받아 쓰고 있었다. 그런 만큼 두 나라는 일찌감치 액랭식 엔진을 장착한 - 액랭식 엔진의 경우 공기가 아닌 냉각액을 사용해 엔진을 식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선형에 가깝게 전투기를 제작할 수 있다. 포케불프와 메사슈미트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 전투기를 개발했고 그래서 나온 것이 영국의 스핏파이어, 독일의 메사슈미트다. 사실 이 두 기체는 이미 태어나는 순간부터 라이벌로서 운명지어진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것이다.



1933년 독일은 재무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장차 독일공군의 주력이 될 전투기를 각 항공기 제조사에 의뢰한다. 여기에 참여한 것이 각각 아라도Arado, 하인켈Heinkel, 포케볼프Focke-Wulf, 비에프BFW였다. 이 가운데 비에프가 이후 메사슈미트로 이름을 바꾸게 되는 Bf-109의 개발사로 당시까지 한 번도 전투기를 제작한 경험이 없는 신생개발사였다. 다만 이 회사에는 항공기 설계에 있어 천재라 할 수 있는 빌리 메사슈미트 박사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비에프사가 갖고 있던 최대의 강점이었다.

당시 독일공군이 신형전투기에 대해 요구한 사양은 이랬다.

한개의 엔진을 탑재한 완전 금속제 단좌 단엽전투기이며, 기관총 2정(각기 1000 발 장전) 혹은 20 mm 기관포(200발 장전) 1정을 장착해야 한다. 6000 m 고도에서 400 kph 속력을 낼수 있어야 하며, 적어도 1시간 반이상 비행 가능해야 한다. 한계고도는 10,000 m이상이어야 한다. 최고속력으로 20분 이상 비행가능해야 하며, 조종석 시야가 좋아야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속력, 다음은 상승력, 마지막으로 기동성 순으로 우선순위를 둔다.
여기에 응해 각 회사들은 각각 Ar80, Fw-159, He112등을 내놓았는데, 이때 신생 비에프사가 내놓은 것이 바로 이 Bf-109였다. 원래 BMW사의 BMW116엔진을 장착하려 했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아서 유모 Ju210엔진으로 바꾸었다가, 그마저 여의치 않아 롤스 로이스 케스트렐Rolls-Royce Kestrel II 엔진을 장착한 채였다. 그러나 처음 군관계자들이 보는 앞에서 시험비행을 했을 때, 착륙할 때 랜딩기어의 문제로 동체착륙을 하는 사고가 있었음에도 그런 것조차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발군의 성능을 보였다. Bf-109V-1. 바야흐로 유럽의 하늘을 주름잡을 메사슈미트의 전설이 이때 시작된 것이다.(Bf-109시리즈의 개발사는 이 글의 주제가 아니므로 중간과정은 생략한다.)

A형에서 D형까지 신형 고출력 엔진의 개발의 여의치 않아 원래 장착하기로 했던 엔진 대신 계속해서 유모사의 엔진을 사용하던 Bf-109는 1939년 마침내 그토록 고대하던 자신의 심장을 맞이하게 된다. 직접분사방식의 다임러 벤츠DB601이 그것이었다. 출력 1100마력, 당시 이만한 고출력의 액랭식 엔진은 바다 건너 영국에만 존재하고 있었다. 스핏파이어의 심장이 되는 바로 그 녀석이었다. 최대속도 시속 573킬로미터, 상승속도 시속 945미터, 최대 시속 720킬로미터까지 급강하여 가속할 수 있었다. 카울링 위에 장착된 7.9밀리 MG17 기관총 2정과 주익에 장착된 MGFF 20밀리 기관포 두 문은 당시 어떤 전투기도 원거리에서 파괴할 수 있었다.

역시 이에 비견할만한 전투기는 롤스로이스가 만든 1450마력의 더 강력한 심장을 달고 그보다 약간 늦게 태어난 영국공군의 슈퍼마린 스핏파이어 뿐이었다. 시속 600킬로미터의 더 빠른 속도와 더 민첩한 선회성능, 전통적인 수평기동에 있어 스핏파이어를 따라올 수 있는 전투기는 당시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그러나 상승속도와 강하속도에서는 Bf-109E 쪽이 더 앞서고 있었고, 따라서 고도차를 이용한 에너지 파이팅에 있어서는 Bf-109E가 더 유리했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서로 가장 유리한 영역에서는 그 누구의 추격도 허락치않던 최고의 전투기가 바로 이들 두 숙명의 라이벌이었다. 태어나기를 이들은 처음부터 서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라이벌로서 태어났던 것이다.

물론 Bf-109E라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워낙 작은 기체에 강력한 엔진을 싣는다는 컨셉으로 설계된 전투기이다 보니 그로 인한 내구성의 문제가 내내 발목을 붙잡았다. 먼저 무장에 있어 한계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주익의 기관포 두 문에, 카울링의 기관총 두 문, 여기에 프로펠러 구동축에 장착된 동축기관포가 추가되거나 했었다. 그 이상은 무리. 최대 여덟 정의 7.7밀리 기관총이나 4정의 기관총에 2문의 20밀리 기관포를 장비할 수 있었던 스핏파이어에 비해 크게 불리한 부분이었다.

뿐만 아니라 시속 600킬로미터 이상(물론 급강하시다.)이 되면 에일러론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심지어 급강하상태에서 무리한 기동을 시도할 경우 날개가 동체에서 분리되는 경우마저 있었다. 역시나 너무 소형이었던 데다가, 새로이 장착된 DB601엔진이 출력만큼이나 기체에 비해 너무 큰 탓에 - 보면 알겠지만 그래서 좀 대두다. - 라지에터를 날개 하부로 옮겼는데 그 하중을 기체강도가 못 버틴 때문이었다. 그래서 Bf-109시리즈에 있어 급강하시 급격한 기동은 조종사들에게 금기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이런 것들보다 더 큰 문제가 따로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고작 700킬로미터 정도에 불과한 짧은 항속거리였다. 물론 좁은 유럽의 하늘에서 700킬로미터의 항속거리는 그리 문제가 못 되었다. 그야말로 엎어지면 코 닿을 동네라 비행장에서 이륙해서 작전지역으로 이동하고서도 상당기간 전투를 수행할 수 있었으니까. 그 약점이 결정적으로 드러난 것은 나치독일에게 있어 그야말로 뼈아픈 배틀 오브 브리튼에서였다.

당시 Bf-109E 전투기들이 도버해협을 건너 영국상공에 도착했을 때 귀환하는 데 필요한 연료를 고려하여 공중전을 벌일 수 있는 시간은 기껏 10분에서 15분 정도에 불과했다. 말 그대로 영국 상공에 잠시 들렀다가 출근부 도장 찍고 바로 퇴근해야 하는 처지였는데, 그렇게 Bf-109E 전투기들이 돌아가고 나면 이름뿐인 쌍발전투기 Bf-110의 호위를 받는 독일군 폭격기들은 영국군 전투기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Bf-109E의 약점을 눈치챈 영국 공군이 굳이 만만치 않은 Bf-109E와 싸우기보다는 연료가 다 되어 돌아가기를 기다렸다가 폭격기들을 공격하는 것으로 전술을 바꾸면서 Bf-109E는 아예 완전히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영국을 폭격하는 폭격기들을 호위하라는 애당초 임무를 완수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물론 기술이 없어 증가연료탱크를 장착하지 않았던 독일이 아니었던 만큼 전투가 거의 끝날 무렵 E-7형에 이르러 낙하형 증가연료탱크가 채용되기는 했었다. 그러나 그때는 너무 늦어 있었다. 이미 영국상곡에서의 공중전은 끝을 향해 치닫고 있었으니 이제 마무리만 남은 상황에서 새로운 Bf-109E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스핏파이어가 영국을 구한 전투기로서 역사에 영광스런 이름을 남길 때 Bf-109E는 자국군의 패배를 지켜내지 못한 실패한 전투기로서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말았다. 성능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들의 사정에 따라 숙명의 라이벌이라고까지 불리우던 두 전투기의 운명이 갈리고 만 것이다.

그러나 무어라 하더라도 Bf-109E는 당시 두말할 것 없이 당시 최고의 전투기 가운데 하나였었다. 2차세계대전 초반 전세계의 하늘을 통틀이 Bf-109E를 위협할 수 있는 전투기는 배틀 오브 브리튼의 라이벌인 스핏파이어 하나밖에 없었고, 이후 개량형인 F형으로 대체되기까지 배틀 오브 브리튼에서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감히 유럽의 하늘에서 이와 대적할 수 있는 존재가 없었다. 대전 초반 승승장구하던 독일군의 하늘을 지켰던 가장 든든한 창이자 방패가 바로 이 Bf-109E 에밀이었다.

이상의 내용이야 어디서고 흔히 볼 수 있는 누구나 아는 것들이고, 중요한 건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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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E형, 오른쪽이 F형이다. 딱 보기에도 F형 쪽이 둥글둥글하니 날렵하다. 스피너 부분도 어쩐지 E형 쪽이 투박하고, 날개 끝단도 둥글게 마무리한 F쪽이 세련되어 보인다. 바로 그것이 E형의 매력이다. 다른 독일 무기들이 그러하듯 어딘가 모자란 듯한 디자인, 즉 다 채워지지 못한 미숙함이야 말로 E형의 매력이다. 깔끔하게 마무리된 F형이나 이후 G형, K형의 곡선과 비교할 때 딱딱 각져 끊어진 형태는 미완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바로 이것이 Bf-109E의 매력포인트다. 가녀린 미소녀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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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E형, F형, G형, K형이다. 생기기는 F형이 가장 날렵하고, 풍만하기로는 K형과 G형의 순서다. 그에 비하면 E형은... 그냥 귀엽다. 싸움 같은 거 하지 말고 이리 와 고양이나 쫓으며 놀자고 하고 싶을 정도로. 둔각을 이루는 앙증맞은 스피너에 독일다운 직선의 카울링, 여기에 노란색을 칠해주면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E형 에밀이 된다. 에밀의 카울링과 스피너는 무조건 노란색이다. 청색과 회색의 기체도장에 노란색 카울링, 오로지 그것만이 에밀이다. 다른 에밀이라니... 불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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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는 그냥 우연히 주운 거. 별로 볼 건 못 된다. 이런 것까지 신경써가며 구분하는 것은 오타쿠들이나 하는 짓이고, 일반 사람들은 그냥 E형과 F형, G형만 구분할 줄 알면 된다. 도대체 스피너 모양까지 신경써가며 구분해서 뭣하게. 다만 이런 것도 있다는 의미다. 역시 가장 예쁜 건 가장 앞에 나와 있는 동축기관포의 총구가 보이는 E-1에서 E-4까지 쓰인 이거 하나니까 그것만 기억해두면 된다. 그러면 끝. 더 이상 알려 하면 오타쿠 된다.

아래는 스펙과 사진들이다.
날개나비 : 9.87 m 동체길이 : 9.37 m 높이 : 2.27 m 중량 : 1980 kg 최고속도 : 354 mph (570 km /h) 급강하속도 : 최고 446 mph (718 km/h), 권장 373 mph (600 km/h) 항속거리 : 663 km 한계고도 : 11430 m 상승속도 : 945 m/min  

기본무장 : MG 17 7.9 mm 기관총 2정(카울링 상단), MG FF 20 mm 기관포 2정(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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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개인적인 주관이지만 나는 Bf-109 각 시리즈 가운데 가장 Bf-109다운 것으로 E형을 꼽는다. 이전의 A~D형까지야 원래 장착하기로 되어 있던 엔진이 제대로 예정대로 개발되지 않는 바람에 다른 엔진을 얹은 것들이고, F형은 스핏파이어와의 혼혈아 - 그 이복동생이 스핏파이어VI형. 날개끝이 잘렸다. - G형은 오로지 고고도성능만을 중요시한 변태, 그리고 K형은 폭격기 때려잡자고 만든 그보다 더한 변태, 오로지 E형만이 빌리 메사슈미트 박사가 추구한 초기 설계컨셉을 간직하고 있다. 그야말로 순혈, 순혈의 미소녀 Bf-109인 셈이다. 그것이 디자인에서도 이렇게 나타나니 그것을 또 좋아하는 것이고 말이다. 가장 Bf-109다운 Bf-109로서.

아무튼 또 쓸데없이 길어져 버렸다. 원래 이러려던 게 아니었는데. 그나마 A형에서 D형까지 개발과정을 쓰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 여겨야 하려나? 그것까지 했다가는 최소 이 두 배는 되어야 했을 테니. 그런 거야 다른 아무나 무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쓰면 되는 거고, 나는 그냥 예쁜이 에밀만. 아마 인류역사상 하늘을 날던 전투기 가운데 가장 예쁜 녀석이 아닌가 싶은데... 여리여리한 것이 작고 귀엽고 앙증맞은 것이. 어쩐지 너무 오덕스러운 것 같기는 하지만 뭐... 어찌되었거나.

 

 

 

자료제공 : (주) 천년천룡

 

 

알     림 : 토요일,일료일은 자료를 올리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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