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니(Agni)는 인도 신화에 나오는 불의 신(神)이다. 인도사람은 제사를 지낼 때 제물을 불에다 바쳤기 때문에 아그니는 천상(天上)의 신에게 제물을 운반하는 신 또는 신과 사람의 중개자, 신의 안내자라고 믿었다. 인도사람은 아그니가 암흑을 물리치고 부정(不淨)을 태워 없애며, 가정을 수호하는 신이라고 생각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인도는 1990년대부터 핵탄두가 탑재된 탄도미사일을 ‘아그니’로 명명했다. 인도는 라이벌인 파키스탄을 겨냥한 사정거리 700㎞의 아그니Ⅰ호와 2500㎞의 아그니Ⅱ호 미사일을 이미 개발, 실전 배치했다. 인도는 그동안 아그니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늘리는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 이런 노력 끝에 인도는 마침내 지난 4월 12일 사정거리 4000㎞의 아그니Ⅲ호 미사일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아그니Ⅲ호는 최대 300㏏의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장착할 수 있고, 길이 16.7m, 직경 2m 크기에 2단계 고체연료로 추진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이 미사일은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 등은 물론 아시아 대부분과 중동지역까지 날아갈 수 있다.
이 미사일의 시험 발사가 성공한 직후,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요한 영향력을 가진 인도가 지역 평화·안정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면서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에서 보듯이 인도가 아그니Ⅲ호를 개발한 것은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던 미국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 국경문제로 두 차례나 무력 충돌을 벌였던 인도는 올들어 중국을 의식한 군사력 경쟁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지난 1월 11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자국의 낡은 기상위성을 격추하는 위성 요격시험에 성공하자 인도는 우주방위사령부 창설 계획을 발표했다.(2007년 1월 28일) 샤신드라 팔 티아기 인도 공군참모총장은 “공군의 작전범위가 확대돼 우주공간의 활용이 중요해졌다”면서 “인도도 우주로부터의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북미우주방위사령부를 모델로 하는 인도 우주방위사령부는 위성과 레이더, 통신체계, 전투기, 헬리콥터 등 공군의 모든 전력을 통합할 예정이다. 인도의 이같은 계획은 중국의 위성요격시험에 대한 대응조치라고 볼 수 있다. 인도에선 지난 2년 동안 우주방위사령부 창설 문제로 논란이 벌어졌다. 인도 육군과 해군은 우주방위사령부의 편제가 공군에 편향돼 있다며 창설에 반대해 왔다. 인도 일간지 ‘더 힌두’는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우주방위사령부 창설 계획이 중국의 미사일 발사로 큰 동력을 얻게 됐다고 보도했다.
사실 인도는 군사대국이다.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지상병력(110만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공군은 4위, 해군은 7위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인도의 군사력은 중국과 비교할 때 아직 열세이다. 특히 핵과 미사일 분야에서 그렇다. 1974년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핵 보유국임을 공식선언한 인도의 무기급 플루토늄 비축량은 240~395㎏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핵탄두 설계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단순한 형태의 핵무기 60~95개 정도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중국은 450여개 전략전술 핵무기를 비롯해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인도는 핵무기운송수단의 연구·개발·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핵무기운송수단은 미사일을 말한다. 국방연구개발기구(DRDO)가 주도하고 있는 미사일 개발은 크게 세 종류이다. 첫째, 아그니Ⅲ호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더욱 늘려 오는 2010년까지 고체연료를 사용해 3단계로 발사되는 5000~5500㎞ 아그니Ⅳ호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다. 인도는 이를 위해 앞으로 18개월 내 아그니Ⅲ호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두 차례 더 실시할 예정이다. 두 번째 브라모스 크루즈미사일의 속도를 빠르게 하고 사정거리도 확대하는 것이다. 공중이나 해상, 지상에서 모두 발사가 가능한 마하 2.8, 사정거리 300㎞의 이 미사일은 인도가 러시아와 함께 2001년부터 개발, 현재 해군과 육군에 실전 배치됐다. 인도의 브라마푸트라강과 러시아의 모스크바강 이름 앞부분을 따서 명명한 이 미사일의 성능을 개선하는 것이다. 셋째, 내년에 건조될 핵 추진 잠수함에 장착할 미사일 사가리카를 개발하는 것이다. 사정거리 1000㎞의 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이 개발되면, 인도는 언제든지 보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