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군대겟에 와서 옛추억을 더듬는 예비역입니다
나이에 비해선 좀 늦게 군대를 갔었죠 ㅎㅎ 이제 곧 민방위지만...
예전에 저한테는 충격과 공포 그리고 주변사람들한텐 그냥 어이없는 웃음을 줬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 좀 해볼께요
글로 쓰면 별로 재미가 없을거 같기도 한데...
저는 연대 본부중대에서 군복무를 했습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행정병이었죠 그래도 이등병, 일병때까진 고생 좀 하다가 상병이 되면서 짬밥이 슬 풀리더군요
연대나 대대 본부중대장은 대부분 단기전역자들(주로 중위) 들이 많이들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중대장도 그랬죠
저보다 4살인가 많았나... 암튼 성격도 괄괄하고 그랬었죠
본부중대장으로 근무하다가 장기지원했는데 덜컥 붙어서 제가 전역하고 몇 달 지나서 상급부대로 넘어간걸로 알고 있습니다
암튼... 제가 말년휴가를 거의 한달도 안남겼을 무렵
중대장님이랑 같이 사단에 볼일이 있어서 갔었던 적이 있죠
중대장님께서는 중대장님 대로.. 저는 저대로 볼일을 대충 본 후에
중대장님께서
'야 나 들어가서 인사하고 올께 한 10분만 기다려'
라고 하시고 사단 건물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전 근처에 짱박혀서 담배한대 꼬나물고 천천히 기다리고 있었죠
그 때마침 건물안에서 여군한명이 걸어나오더군요
제가 병장이 꺾일때쯤
막 육사에 처음 입학했던 여군들이 임관해서 각 부대로 배치되던 시기였습니다
솔직히 군대에서 여군이라는 것도 처음 봤고 말년이지만 군인의 신분이었으므로
담배를 끄고 경례를 했습니다
근데.... 아시겠지만... 말년의 경례라는게 좀 많이 정석과는 벗어나잖습니까 ㅎㅎ
원래대로 라면 각이 바짝 선 경례여야 겠지만... 낼 모레 사회인 되는 군바리 따위에게 군기란 없어진지 오래죠
그 소위님께서 갑자기 절 째려보십니다
전 손도 못내리고...(아무리 개념이 없어져도 상급자가 받아주기 전엔 손내리는거 아니죠 ㅎㅎ)
멀뚱히 서있는데 갑자기 그 소위님께서 그러십니다
'야 너 어디 소속이야?'
'XXX연대 본부소속입니다'
'너네는 경례를 그런식으로 가르치나?'
'아닙니다'
'아니면 내가 여자라고 너 지금 나 무시하는거야?'
속이 터집니다 ㅡㅡ;;
전 늘 하던데로 경례를 했을 뿐인데...
'야 너 이딴식으로 할꺼야? 영창가고 싶어? 내가 누군지 알아?'
속으로는
'이런.. 싸가지 없는 쏘가리를 봤나... 나이도 몇살 안쳐먹은 X이...'
하지만... 겉으로는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계급이 깡패죠 뭐...
그렇게 그 여군 소위님께서 영창에 보내네 어쩌네 절 갈구고 있는데
때마침 저희 중대장님께서 나오십니다
'야 너희 중대장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냐?'
'지금 저기 오고 계시는데 말입니다'
우리 중대장은 이게 뭔일인가 싶은 표정으로...
중(우리 중대장) : 야 뭐야 왜 그래
쏘(여군 쏘가리) : 충성! 중대장님 이 병사가 저 상급자에게 좀 기분 나쁜 행동을 하던데요
중 : 뭐? 야 얘 낼모레 제대하는 앤데 뭐 개길거 있다고 개기겠냐? 야 Kirth 너 뭐했어?
K(저) : 그냥 경례했습니다
중 : 뭐 어떻게 했는데?
K(저) : 충~성~(아까 했던거랑 똑같은 말년경례)
중 : (쏘가리보며)야 너 지금 이거보고 얘한테 뭐라고 한거야?
쏘 : 그렇습니다만...
중 : 야 얘 낼모레 제대하는 애야~ 얘 나한테도 경례 이렇게해.. 원래 짬밥 쳐먹음 다 이렇게 되는거여
입장이 바뀌고 이제 중대장이 쏘가리를 갈굽니다
한참을 갈구던 중대장
'야!! 가자'
전 쏘가리를 보고 씩 웃으면서 인사를 해줬죠
'충성~ 수고하십시오'
그 때 만약 혼자 사단에 갔다가 그런꼴을 당했음... 아마 억울하게 영창을 갔을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초임 쏘가리들은 좀 갈궈야 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