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마피아와 F-15, 그리고 F-16

슈퍼스탈리온 작성일 09.12.25 00: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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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전투기 마피아는 약간 알려진 적이 있습니다.
KFP사업 당시 F-16과 F/A-18의 경합에서 지만원씨가 전투기 마피아 그룹의 주장을 일부 인용하여 써먹었더랬죠.
당시에 지만원씨 주장은 마징가가 더 쎄냐, 태권V가 더 쎄냐 수준을 못 벗어난 전투기 논쟁방식에 꽤 센세이션을 일으켰더랬습니다.
달리 말하면 한국내 전투기 논쟁수준은 그만큼 형편없다는 이야기기도 합니다.

 

그 양반 주장은 전투기 출격률의 개념과 BVR과 WVR의 현실적 문제등등 여러가지를 언급하긴 했지만,
전투기 마피아가 설계한 F-16이 둔중한 F/A-18을 압도하고, F/A-18은 F-5에도 깨지며, 가볍고 기동성높은 전투기가 대형의 둔중한 전투기를 발라버린단 이야기였죠.

 

그런데, 실제의 이야기는 조금더 복잡합니다. 물론 저도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놀아보죠.

 

John R. Boyd 란 양반이 있었습니다. 이 양반은 한국전쟁에 참가했던 전투기 파일럿 출신이었죠.
이 양반은 공중전 실력은 매우 좋았지만(별명이 40초 보이드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40초 안에 상대를
발라버린다고 해서 얻어진 별명이라죠), 운이 없어서인지 전투기 조종사로서 두각을 얻진 못했습니다.
대신 공중전 이론에 있어 명성을 날리게 되죠. 이 양반이 창시한 에너지기동이론은 현대 전투기 조종사들에게도 필독서라고 합니다.

 

이 양반이 시스템 분석엔지니어나 군관계자들과 접촉하면서 교분을 쌓고, 그 짓으로 밥벌어먹고 사는 양반들답게 서로의 관심사를 주고받고하다가 의기투합하여 활동하게 된 게 의례 이야기하는 전투기 마피아가 되죠.

 

이 전투기 마피아는 또다른 이름으로는 Reformers(개혁가들)이라고 불리었습니다.
이들은 70년대말과 80년대를 거치는 기간동안 공격적인(정부를 대상으로한) 무기개혁정책을 요구했죠.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군에 대해 혁명적인 사고변환을 요구하고 그를 위한 브리핑(달리 이야기하면 언론플레이)과 연구발표들을 해대었더랬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F-15 였더랬죠.
Boyd는 펜타곤에서 F-X프로젝트(현재의 F-15)를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Boyd 이 양반이 보기에 F-15는 너무 크고, 쓰기 불편하고, 너무 복잡한 전투기였습니다.
즉, 초기 구상되던 F-15는 현재의 F-15에 비해 "팬텀"스럽던 물건이었던 겁니다.
Boyd가 워낙 열심히 일한 건지, 아니면 Boyd명성이 영향력이 발휘되었던 건지 몰라도, F-15는 초기 구상보다 더 가볍고, 더 날렵한 전투기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런 F-15였어도 Boyd가 원했던 가볍고 날렵한 전투기는 아니었다는군요.

 

Boyd와 Sprey는 이후 미공군R&D 부서에서 근무하는 Everest E. Riccioni를 만나게 됩니다.
전투기 마피아란 이름을 붙여준 것도 Riccioni라는군요.
어쨌든 이들 전투기 마피아는 그들이 생각하는 F-15보다 싸고, 작고, 간단한 경량전투기를 구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의 노력이 빛을 발해, 미공군에서 경량전투기 계획이 추진되게 되어 YF-16과 YF-17안이 경합하게 되죠.

 

어찌보면 F-15가 너무 비싸서, F-15를 보조할 전투기로 F-16을 개발했다는 이야기는 약간은 틀린 겁니다.
F-15로 대표되는 전통적 전투기개발구상에 반발하여, 개혁파들이 일으킨 내전의 산물이 F-16인 거죠.

공군은 전투기마피아의 경량전투기 구상을 원래 반대했답니다. 이유는 당연하지만, 전통적인 자기들 사고와 맞지 않았고, 또 경량전투기 계획이 F-15의 지위를 위협할 거라 생각했던 거죠.

 

어쨌건, 경량전투기 아이디어를 구상한 건 전투기 마피아였지만, 경량전투기를 써먹는건 전통적 사고의 군이었습니다.
그래서 미공군은 F-16에 지상맵핑레이더와 멀티임무를 부여하였더랬죠. 물론 Boyd와 Sprey는 이런 움직임에 반발했습니다. 이들이 생각하던 원래의 경량전투기는 공대공에 특화된 물건이었으니까요.

 

뭐, 인생이 그런 겁니다.
거대한 역사의 움직임은 한 개인의 구상에 따라 진행되는게 아니라,
개혁가의 사고가 현실과 충돌하여 얽히고 섥혀 어중간한 현재를 만드는 거죠.
적어도 F-15와 F-16의 탄생은 그랬더랬습니다.

 

훔......무슨 얘기하다가 인생얘기까지 온걸까요.
아, 지만원씨였군요.

지만원씨는 전투기 마피아의 주장과 그들을 지지하는 언론보도라는 한 단면만을 보고 전투기의 경량의 고기동 전투기를 지지했더랬죠.
그리고 F/A-18이 F-5에게 늘 깨졌다고 했었고요.


일단 당시 F-5가 상대했던 전투기는 그 시절 막 개발된 따끈따끈한 신예기인 F-14와 F-15였고(F/A-18이 아닌), 그 가상전투기 테스트 결과는 전투기 마피아와 정통파 군에서 "서로 자기가 잘났다"고 주장합니다.(사실 이건 저도 자료 구경하다가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정통파 군에서는 F-15의 우수성을 증명한 케이스로,
전투기 마피아에서는 F-5(전투기 마피아가 매우 좋아하는 기체입니다)같은 염가형 소형기동전투기의 우수성을 증명한 케이스로 써먹죠.


어떻게 테스트 결과는 하나인데, 서로 다른 주장의 근거로 써먹을 수 있느냐......하면, 자기 입맛에 맞게 자료를 추출하면 됩니다......세상 다 그런 겁니다. 말발좋은 놈이 장땡인거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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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금친 파란색이 F-15의 손실비율, 빨간색이 F-5의 손실률입니다.

왼쪽의 F-15의 상황인식이 불량인 상태와 오른쪽의 상황인식이 양호한 상태를 같이 들어서,

F-15라고 특별히 교환비에서 유리한게 없더라.........라고 할 수 있고,

오른쪽 부분만을 들어서, 양호한 상황인식조건 상태에서는 F-15는 F-5를 상대로 두배 이상의 교환비를 갖는다고 주장할 수도 있는 거죠.

어쨌거나 저쨌거나, 우리는 상황인식의 중요성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자...이건 과거의 역사입니다. 뭐 현재도 아웅다웅하고 있긴 하지만요.

그럼 F-22나 F-35같은 신세대 전투기는 어떨까요?

역시 전통적인 시각에서는 애지중지 침이 마르게 자랑하기 바쁘고,

비판적 개혁가들은 까기 바쁩니다.

 

세상은 그렇게 흘러흘러 간답니다.

 

 

 

 

 

자료제공 :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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