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어쩔 수 없이 이 땅의 거의 모든 남자들에게 특별한 기억이다.
억지로 끌려가서 생판 처음 본 사람들에게 벌벌 기며 온갖 모욕과 폭력을 견디다
똑같은 자가 되어 사회로 배출되는 시스템. 그 중에서도 해병대는 시스템의 세기가 굉장히 강한 곳이다.
<십분간 휴식>은 군대를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는 아니지만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군 시절이 모락모락 떠올라 조금은 괴롭다.
휴가를 다녀온 쏭은 김병장과 함께 탈영한 후임을 수색하러 나온다.
5일 후에 전역을 앞둔 김병장은 천하태평이다.
어차피 백령도라는 섬은 육지와 100km가 넘게 떨어져있으니 배고파지면 곧 들어올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
얼마전 휴가에서 복귀한 쏭에게 김병장 여자친구와 잠자리도 하고 잘 놀았냐고 눙을 치며 시간을 보내다,
한 숨 자다가 들어갈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김병장이 잠에 든 사이, 쏭은 남모르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그에겐 여자친구에게 집적대는 남자를 해병답게 박살을 내고 돌아왔다고 말했지만,
사실 여자친구는 다른 남자에게 떠나버렸고 설상가상 그에게 흠씬 두둘겨 맞았던 것이다.
씁쓸한 마음으로 잠든 김병장을 피해 풀숲에 숨어 딸딸이를 치던 쏭. 그때, 풀 숲에 숨어 있던 탈영병과 눈이 마주친다.
2007년 당시 대한민국 영화대상 단편영화 부분에서 상을 받기도 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상당히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나 볼 기회가 없었던 영화였다.
뒤늦게라도 찾아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군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크게 관련은 없다.
오해가 불러온 비극적 사건을 다룬 <십분간 휴식>은 단편영화가 가진 미덕을 잘 보여준다.
감독으로서 욕심을 부릴 마음 이었다면 좀 더 길게 만들 수도 있었을 좋은 아이디어다.
그러나 이성태 감독은 쓸데없이 이야기를 붙이지 않고 필요한 것들만 제대로 위치시켜
깔끔하고 정갈한 연출력을 선보인다.
대다수의 관객들이 이 영화에 극찬을 보낸 것은 고참과 후임병이 보여주는
군대 서열의 리얼리티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감독의 욕심 부리지 않고
챙길 것만 확실히 챙기는 연출력 때문이다.
단편영화를 챙겨보는 것이 즐거울 수 있는 이유는 가끔씩 걸려드는 바로 이런 영화 때문이다. 초강추작.
리뷰는 펌입니다